당나라의 마지막 명군 선종

2024. 5. 1. 12:37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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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는 헌종의 중흥기 이후 가시밭길을 걸었습니다.

원래 당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민족에 대한 폭넓은 등용과 관대함은 완전히 사라졌고, 한족들을 중심으로 지배층인 선비족의 폐쇄적인 정책이 이어지며 세계제국으로서의 당나라는 완전히 끝나버리고 만 것입니다.

 

특히 당나라 중기 이후로 세력을 공고히 한 환관세력은 중국역사상 가장 큰 행패를 부리며 황제를 독살하고 정적을 대놓고 죽이는등 국가를 완전히 장악하게 됩니다. 거기에 환관들이 황제를 지켜야할 어림군을 장악하고 황제를 조종하며 온갖 패악질을 일삼자, 당나라의 문종은 환관을 전부 제거하기위한 감로의 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유폐되었습니다.

환관들은 감로의 변이 실패로 돌아간후 문종을 완전히 무시했으며 신하들 앞에서 잘못을 거론하면서 망신을 주었고, 그로인해 문종은 한나라 헌제보다 못한 군주라며 울어야 했으며 그 이후에는 신하들을 보지도 못한채 독살당하고 말았습니다.

 

이후에는 문종의 동생인 무종이 6년간 재위하다가 죽었고, 그 뒤를 문종이나 무종의 아들들이 이어야 했지만 무종의 숙부인 선종이 당나라의 16대 황제로 즉위했습니다. 선종은 원래 문종과 무종이 심심할때 불러 변소에 넣고 똥통에 빠져 허우적대는 선종을 보며 즐거워했다는 기록이 있을만큼 무력하고 멍청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관들은 선종을 만만하게 보고 그를 일부러 옹립했지만, 황제가 되는순간 선종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종은 즉위하자마자 자신을 보위에 올린 환관들을 제거하기 시작했으며, 조카인 문종과 무종이 환관에 시달리다가 결국 독살당하는 모습까지 보았기 때문에 환관을 적대시하며 그들을 제거하는데 몰두했습니다.

 

그 이후 선종은 정사에 힘을 쏟으며 국가를 정비해 나갑니다.

선대 황제였던 태종의 일화를 기록한 정관정요를 읽으면서 병풍으로 만들어 항상 눈에서 떼지 않았다고 하며, 환관세력을 억누르고 신하들의 파벌을 깨뜨리며 쇠락한 당나라를 다시 일으켜세웠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선종의 아버지인 헌종은 환관인 왕수징에게 독살당했는데, 30여년이 지난 이후에도 환관세력이 득세하며 황제들도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끈질긴 재조사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제를 개혁하고 조세제도를 정비하면서 당나라 조정의 힘을 다시 강화했고, 쇠락하던 당나라의 위세 역시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는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명군의 재질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종은 끝내 당나라를 다시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조정에서는 명군으로써 어진 정치를 펴긴 했지만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입니다. 신당서의 기록에 의하면 주색을 밝히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고 하니, 결국 훌륭한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되살리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었음을 알수 있습니다.

거기에 당나라의 황제들이 그러하듯 도교의 도사들이 진상한 불로장생을 도와준다는 정체불명의 약을 복용하고, 자신의 첩들을 때려 살해하는등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도사들이 만든 단약은 수은 성분이 포함되어 오히려 생명을 좀먹고 정신착란을 일으키는등 문제가 있는 약이었는데도 당나라의 역대 황제들은 이런 약을 먹고 불로장생의 꿈을 꾸었으니 역설적인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래도 선종은 13여년간 재위하면서 당나라를 어느정도 살려놓았고, 이전의 폐단도 많이 바로잡았지만 후계자 문제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장남인 이최는 무능하고 놀기좋아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 선종의 눈밖에 나고 말았고, 그나마 능력있는 넷째아들 이자를 마음에 두었지만 결국 태자로 책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와중 결국 선종이 복용한 단약이 중독되어 별다른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가운데, 갑자기 발생한 쿠데타로 인해 이자를 비롯한 충직한 신하들이 제거되고 이최가 의종으로 즉위하며 당나라는 결국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후계자를 명확히 하지 않은 선종의 실책으로 인해, 3백년을 이어오던 당나라는 결국 지방군벌인 주온의 손에 의해 멸망하고 맙니다.

 

당나라의 선종은 분명 능력있는 군주였고, 그것을 실천할만한 재질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당시 당나라가 너무 쇠퇴해버린 상황에서 선종의 노력만으로 그것을 되돌리기에 늦은감이 있어보입니다.

분명 선종은 비범한 능력을 타고났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감추는 처체술과 즉위후 환관세력을 제거하며 여러가지 개혁정치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능력을 보여주며 당나라를 다시 부강하게 만들수 있었던 기회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이어진 실책과 더불어 후계자 선정실패로 당나라 최악의 암군인 의종이 즉위하며 선종이 이룩한 모든것들을 완벽하게 망쳐버렸으니, 이것 또한 선종의 한계로 보는게 타당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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