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4차 십자군 원정

2023. 6. 22. 12:45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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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우스 2세가 집권하면서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던 동로마제국이었지만, 이후 즉위한 황제들이 하나같이 무능하고 쓸모없는 인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위기에 빠집니다.

그러는 상황에서 1071년 그나마 유지되어오던 동로마제국군은 만지케르트 전투에서 셀주크투르크에게 참패했고, 그로인해 제국의 안방이자 든든한 후방을 맡던 아나톨리아 지방이 전부 셀주크투르크에 넘어가버립니다. 이후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황제가 된 알렉시우스 1세는 유럽에 이런 어려움을 호소해 결국 이교도를 정벌하고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한 십자군이 조직되어 동방으로의 원정이 시작됩니다.

 

1차 십자군은 그래도 나름 성과를 거두어 성지인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곳곳에 기독교인들의 국가를 세우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벌어진 약탈과 학살로 인해 고전하게 되고, 이슬람권의 불세출의 명장이었던 살라딘에게 패하면서 예루살렘을 비롯한 영토들마저 잃게되는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이후 몇번의 십자군 원정이 계속되었지만 1차때만큼의 전공은 올리지 못했고, 그렇게 4차 십자군 원정군이 조직되어 악명을 떨치게 되는 것입니다.

 

당시 동로마제국은 마누엘 1세가 죽은 이후 완전히 쇠퇴하고 있었으며, 이전 황제들이 수복했던 동방의 영토를 거의 잃어버리고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일대만 유지한채 명맥을 잇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 인노첸시오 3세는 다시한번 십자군을 조직하였고, 원정대상을 이집트로 정했으며 그곳으로 가기위해 베네치아 상인들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렇게 십자군을 모집하고 원정을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병력들이 모이지 않았고, 원정을 위한 돈도 떨어져 가던 차에 이들은 파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베네치아에서는 다른 기독교 국가를 공격해 돈을 벌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입니다.

 

마침 베네치아의 해상무역에 방해되는 달마티아 해역의 자라는 이들에게 방해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헝가리의 지배아래 있던 자라는 같은 기독교를 믿는 지역이었고, 십자군이 공격해야 할 이슬람과는 한참 떨어진 유럽지역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1202년 11월 초에 출항한 십자군은 자라를 함락시켰고, 부유했던 항구를 약탈하여 그동안 부족했던 자금을 보충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독교를 믿는 지역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교황의 파문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고립된 십자군이었지만, 이들에게 황금같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당시 동로마제국 황제자리에서 쫓겨난 이사키우스 2세의 아들인 알렉시우스가 십자군을 찾아와 동로마제국의 황제자리를 찾게 해주면 십자군의 원정비용과 모든 물자를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해온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한번도 함락된적 없는 콘스탄티노폴리스를 공격한다는 것에 망설이던 십자군이었지만, 이미 궁지로 몰린 이들에게 별다른 선택은 없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다시 원정군을 조직하여 콘스탄티노폴리스로 향하게 됩니다.

 

1203년 6월에 콘스탄티노폴리스 앞바다에 도착한 십자군은 도시를 공격했습니다.

특히 베네치아가 동원한 해군과 동반한 공격이 이어지자 그때까지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도시가 흔들린 것입니다. 원래 이곳은 육지쪽의 든든한 삼중성벽과 바다로 막힌 이점 덕분에 공격하기 어려운 요새였는데, 베네치아가 해군을 동원해 육지와 바다 양면에서 공격해오자 어느 한곳으로 방어역량을 쏟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결국 1204년 4월 13일, 도시는 함락되었습니다. 원래 이슬람을 비롯해 불가르인들이 그렇게 수차례 공격했지만 한번도 함락된적 없었던 동로마의 수도가 같은 기독교를 믿는 십자군의 손에 함락되고 만 것입니다.

그동안 동로마가 동서무역의 중개지로 벌어들였던 모든 예술품들과 재화들이 하나도 남기지 않고 약탈당했고, 궁전에 안치되어 있던 로마황제들의 무덤도 도굴되어 부장품들은 전부 털렸으며 시신은 거리에 끌려나와 내팽개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교회나 성당같은 곳은 약탈에서 제외되는 곳이었지만 이미 교황에 의해 파문되어 눈에 보이는것 없던 십자군들은 모든 건물들을 파괴하고 약탈했으며 곳곳에서 살인과 방화, 강간 등을 자행하며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초토화시켰습니다.

 

그렇게 부유했던 도시를 완전히 털어버린 십자군은 투자비용을 넘어서는 이익을 얻었으며, 동로마인을 다시 황제로 앉히지 않고 동로마제국을 자신들이 분할하여 라틴제국이라는 국가를 새로 건설해버렸습니다.

특히 이번 원정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베네치아는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비롯해 지중해의 중요한 곳인 크레타와 키프로스 등 로마제국의 3/8을 독식했습니다. 나머지 영토는 라틴제국과 아테네 제국등이 나누어 가졌으며, 이로인해 동로마제국은 사실상 멸망하게 됩니다.

 

원래 로마의 콘스탄티노폴리스는 동양과 서양을 잇는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공격받기 쉬운 곳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초기부터 이민족들이 이곳을 노리고 공격해왔지만 한번도 함락된적없는 난공불락의 도시였는데, 그곳이 같은 기독교인들의 손에 함락되고 모든 재산을 털리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이후 동로마제국은 니케아를 근거지로 한 니케아제국의 손에 의해 재건되긴 하지만, 이후 오스만의 손에 의해 멸망할때까지 이전과 같은 국력을 되찾지 못합니다. 이교도도 아닌 같은 기독교인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점이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으며, 당시 4차 십자군은 양심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잡놈들이라고 욕을 먹어도 할말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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