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으로 성공했지만 배신으로 죽은 사나이 주온

2023. 5. 18. 12:28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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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조의 혼란을 수습하고 다시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였지만, 무리한 고구려 원정으로 인해 수나라는 무너지고 당나라가 들어서게 됩니다. 당나라는 수나라가 다져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고구려와 전쟁을 벌여 결국 고구려를 무너뜨리고 백제도 멸망시켰지만, 신라까지 집어삼키려다가 전쟁에서 패하고 다시 이전의 판도로 물러나게 됩니다.

 

고구려의 옛 땅은 고스란히 발해의 손에 넘어갔고, 신라도 굴복시키지 못했지만 당나라는 늘어난 국력을 바탕으로 서역에 진출해 비단길을 장악하고 중개무역을 독점합니다. 그때 활약한 고선지가 탈라스 전투에서 패할때까지 당나라는 가장 큰 영토를 확보했고 수도였던 장안에는 온갖 진귀한 보물들과 물자들이 모여 당나라의 최전성기를 맞이합니다.

 

그렇지만 안녹산과 사사명의 난으로 기울기 시작한 당나라는 결국 말기에 일어난 황소의 난으로 완전히 주저앉게 됩니다. 그나마 당나라의 능력있는 황제였던 선종의 통치기간동안 중흥의 기미를 보였지만, 이후 무능력한 황제들의 삽질로 인해 당나라는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당나라 희종 재위기간에 일어난 황소의 난은 당나라 조정의 권위를 완전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곳곳에서 반란군을 막아야 할 절도사들이 자신들의 군대를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황소군과 싸우지 않고 항복하거나 모른척했고, 그 덕분에 황소군은 각지에서 승리를 거두며 결국 당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낙양을 점령하고 수도인 장안까지 들이닥쳤습니다.

 

황제였던 희종은 황급히 사천지방으로 도망쳤고, 장안을 점령한 황소군은 새로운 국가를 세우고 곳곳을 약탈하는 등 민폐를 끼치면서 민심을 잃게 됩니다. 거기에 각지에서 집결하기 시작한 절도사들의 군대들이 황소군을 압박하는 중요한 순간에 오늘의 주인공인 주온이 등장하게 됩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항상 야심을 품고 있던 주온은 황소군이 쳐들어오자 반란군에 합류해 높은 직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황소는 이런 주온을 경계하고 있었고, 그렇게 불안하던 주온은 결국 황소를 배신하고 당나라 조정에 귀순하여 조정으로부터 전충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으며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잠깐동안 황제에 있었던 황소는 결국 동쪽으로 쫓겨나 자살했고, 그렇게 당나라의 큰 충신이 되어버린 주온은 주전충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당시 황제였던 소종은 환관들에게 실권을 빼앗겨 아무것도 할수 없는 처지였는데, 마침 환관들이 소종을 내쫓고 황제를 다시 세우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때 주온은 장안으로 들어가 이 일에 관련된 환관을 죽이고 소종을 다시 황제로 세우는 정변을 일으켰고, 이후 조정에서 온갖 부정부패와 실권을 장악한 환관들을 전부 죽이게 됩니다.

당나라의 황제를 갈아치우고 전권을 휘두르며 나라가 망하는데 일조한 환관세력이 이때 전부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물론 주온은 자신의 야심을 위해 눈엣가시와도 같은 환관들을 전부 죽인것이지만, 이때의 공로를 인정받아 양왕에 봉해지면서 조정의 큰 공신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환관이 없어지자 모든 실권을 주온이 장악했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근거지와 장안이 멀어 황제를 통제할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소종에게 낙양으로의 천도를 강요합니다. 결국 낙양으로 천도한 후에는 장안을 완전히 황폐화시켰으며, 철저하게 파괴하여 당나라의 모든 권위를 부정해버린 것입니다.

낙양으로 옮긴 후에는 당나라의 모든 귀족들과 재상, 그리고 남은 환관들을 전부 황하에 던져 죽여버렸습니다. 이들이 후에 당나라 조정을 위해 일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권력에 해가 될수 있으니 모두 제거해버린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각지에서 절도사들이 소종을 지키기위한 군대를 모으시 시작했고, 이런 소식이 주온의 귀에 들어가자마자 주온은 바로 소종을 죽여버립니다. 원래 황제를 끼고 권세를 누렸던 조조나 사마월같은 인물들은 국정을 농단하긴 했어도 황제를 죽이지는 못했는데, 원래 일자무식의 생각없는 인물이었던 주온은 그런것에 상관없이 황제를 죽인 것입니다.

이후 16살의 이축을 황제로 세우면서, 소종의 남은 아들들이 자신을 해칠까봐 이들을 초청해 술을 마시다가 전부 죽여버렸는데도 당시 황제인 애제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 울기만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소종이 죽은후 절도사들도 구심점을 잃고 흩어졌는데, 이후 주온은 애제를 협박하여 황제자리를 넘겨받고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게 됩니다. 그동안 이어지던 당나라가 907년 망하고 주온이 세운 양나라가 대신하여 들어선 것입니다.

하지만 주온이 세운 후량은 화북지역만 장악한 작은 영역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각지의 절도사들이 그를 인정하지 않은채 할거하여 독립해버렸기 때문에 이때를 5대 10국이라는 혼란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황제가 된 주온은 곧바로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이존욱과 전쟁을 시작합니다.

사타족 기병을 가지고 있던 이극용은 주온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인물이었고, 그를 유인하여 죽이기위한 계략을 썼지만 실패하고 이극용이 자신의 근거지로 달아나 주온과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이극용이 죽으며 자신의 아들이었던 이존욱에게 주온을 죽일것을 유언으로 남겼고, 그렇게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극용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주온은 군사를 보내 공격했지만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복수하기 위한 군사를 양성하여 다시 전쟁을 치렀지만 실패하고 결국 주온은 병을 얻어 자리에 드러눕고 맙니다.

원래 이 시기에는 자신의 친자식 뿐만 아니라 양자를 얻어 수많은 자식들을 거느렸는데, 그 중에서도 주우문을 가장 총애했다고 합니다. 주우문의 아내였던 왕씨와 간통하는 사이였던 주온은 모두를 제치고 주우문에게 후사를 물려줄 생각이었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셋째아들 주우규가 군사를 데리고 황궁을 점령한후 주온을 죽여버렸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배신으로 살았던 주온이었지만, 결국 친아들의 배신으로 자신의 목숨을 잃었으니 인과응보라 할수 있겠습니다. 주유규 역시 주우정에게 목숨을 잃고 주우정이 황제가 되지만, 이후 923년 이존욱이 후량의 수도인 개봉을 함락시키면서 짧았던 양나라의 역사 역시 막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증오하던 양나라를 멸망시킨 이존욱은 주온의 묘를 파헤쳐 시신을 꺼내고 가루를 내어 날려버렸다고 전해지며, 그렇게 주온은 죽어서도 모욕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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