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의 영웅이었지만 좋지않은 말년을 보낸 헤라클리우스

동로마제국의 가장 큰 영토를 확보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정복사업으로 땅을 많이 얻었지만, 거듭된 원정과 군사력 낭비로 이후 동로마에 큰 부담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시 얻은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비롯한 영토는 로마의 식량창고로 돌아왔고, 그 후에 로마를 구하는 큰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전임 황제였던 마우리키우스를 쿠데타로 내쫓고 동로마의 황제가 된 포카스는 8년동안 재위하면서 국가에 큰 해악을 끼쳤습니다. 동방에서 페르시아를 막아내던 유능한 장군들을 의심하여 쫓아내거나 죽이는 과정에서 군사력의 약화를 초래했고, 경제도 해결하지 못해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게 억누르는 수준까지 가게되었습니다.

 

결국 이웃이었던 사산조 페르시아의 유능한 군주인 호스로우 2세가 군대를 이끌고 동로마를 침입해들어왔는데, 제국군은 페르시아군에세 연전연패하고 동방의 영토를 빼앗깁니다. 밀고 들어온 페르시아군이 아나톨리아 지역을 빼앗아 콘스탄티노폴리스 맞은편까지 페르시아군이 몰려들어도 전혀 방비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아마 당시 페르시아군이 함대를 대규모로 동원하여 상륙했으면 그때 동로마가 멸망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포카스의 실정에 실망한 북아프리카의 총독이었던 헤라클리우스가 반란을 일으켜 포카스를 괴롭혔고, 결국 수도로 진입한 헤라클리우스에 의해 포카스가 처형되며 그가 새로운 황제로 등극하게 됩니다.

610년 그렇게 황제가 된 헤라클리우스는 당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는데, 페르시아군이 다시 쳐들어와 동방의 부유한 지역인 시리아와 제국에 밀을 공급하는 이집트가 모두 함락된 것입니다. 이미 전임황제 포카스가 대규모의 숙청을 실시하면서 유능한 장군들이 죽었고, 방어역량을 상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헤라클리우스가 당장 할수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연전연패하면서 밀리던 동로마제국이었지만, 병력을 보존하면서 한군데로 힘을 모으고 있었고 622년 드디어 반격을 개시합니다. 이전까지 전쟁에서 야전군을 이끌고 전투해본 적이 없는 헤라클리우스였지만, 집안 내력과 비범한 능력이 함께한 것인지 아나톨리아를 장악한 페르시아군을 무찌르고 승리했으며 군대를 이끌고 페르시아 제국 깊숙히 진군하여 호스로우 2세의 군대를 격파하여 큰 승리를 거둡니다.

이에 놀란 페르시아군이 동로마의 수도를 공격하지만, 잘 방어해내는 한편 다시 페르시아로 진군하여 니네베 전투를 승리하고 페르시아의 수도를 오히려 약탈하고 불질러버리는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페르시아의 황제가 바뀌는 가운데 동로마와 평화조약을 맺었고, 모든 영토를 반환받으면서 훔쳐갔던 기독교의 보물들까지 전부 회수함으로써 헤라클리우스는 인생의 절정기를 맞았습니다.

 

헤라클리우스는 정말 나라를 망치던 암군인 포카스를 축출했고, 동로마가 한번도 제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사산조 페르시아를 완전히 굴복시켰으며 이모든 어려운 상황에서 업적을 이루어냈다는 점이 놀라울 뿐입니다.

다만 이때 나라를 구하고 죽었으면 동로마제국의 가장 큰 영웅으로 남았을수도 있었지만, 이후 아라비아 반도에서 뛰쳐나와 정복을 시작한 아랍인들 덕분에 헤라클리우스의 말년이 비참해집니다.

동로마와 전쟁하느라 약해진 사산조 페르시아는 아랍인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고, 결국 그들에게 정복되면서 이슬람의 길을 걷게 됩니다. 거기에 아랍의 걸출한 장군인 할리드 이븐 알 왈리드의 지휘아래 이슬람으로 대동단결한 아랍인들이 동로마를 공격하여 힘들게 수복한 시리아와 이집트, 그리고 헤라클리우스의 근거지였던 북아프리카까지 전부 빼앗겨 오히려 이전보다 영토가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또한 조카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야 했으며, 끔찍한 병에 걸려 한참동안 신음하면서 죽어가야 했으니 동로마제국의 걸출한 황제로서의 최후로는 부적합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군관구제와 둔전제도로 인해 약해지던 동로마의 군대는 다시 이전의 명성을 되찾았고, 이후 이어지는 아랍의 총공세에 맞설 원동력이 되었으니 말년에 비참하게 죽어가면서도 국가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