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의 요새였던 개봉성을 지키지 못한 송나라

2023. 6. 1. 13:14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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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당나라는 중국의 서쪽인 장인에 도읍하면서, 많은 사건들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이고, 농토가 비옥해 많은 왕조들이 수도로 삼을만큼 인기있는 곳이었던 장안일대는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리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특히 당나라 말기에 일어났던 황소의 난은 장안일대를 완전히 초토화시켰고 이후 당나라가 망하면서 장안은 두번다시 역사의 중심에 서지 못했습니다.

 

300여년간 이어지던 당나라를 찬탈한 주온은 새롭게 부상하던 자신의 근거지인 변량으로 도읍을 정합니다.

이곳은 부유한 강남지방에서 올라오는 조세가 모이는 곳이고, 주변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운하와 강들을 따라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어 경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곳이기 때문에 망해버린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보다 훨씬 커질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후 주온이 세운 후량이 망한 후 잠시 후당왕조는 낙양에 도읍했지만, 그 뒤를 이은 후진과 후한 그리고 후주왕조 역시 전부 수도를 변량에 두었습니다. 아무래도 변량은 탁 트인 대륙 한복판에 위치한 곳이라 공격받기 쉬우며 수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 덕분에 변량은 계속해서 왕조들의 수도로 남을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비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후주의 명군인 세종은 변량성을 크게 다시 축조합니다.

인근보다 더욱 견고한 성벽을 쌓을수 있는 다른 지방의 흙을 가져다가 이전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크게 쌓아올린 변량은 이전과는 다르게 훨씬 견고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으며, 후주의 뒤를 이은 송왕조 역시 도읍을 변량에 두면서 세종이 만든 성벽을 기반으로 수리와 축조를 거듭하면서 우리가 익히 아는 개봉성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송나라의 개봉성은 후주왕조가 만든 변량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여러가지 수비를 위한 구조물들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도성에 어울리지 않는 변경의 성에서 볼법한 수비를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고, 이것 덕분에 황제가 거처하는 도성답지 않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거듭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성벽도 크고 높이 증축하여 성벽을 돌파하기도 어려운데 이런 수비를 위한 공간들까지 있으면서 정상적으로 개봉을 공격해서는 여간해서 함락시키기 어려운 도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북방의 여진족이 거란의 요나라를 멸망시키고 송나라와 전쟁을 시작했을때 송나라의 북방 방어선을 뚫고 도착한 개봉성은 쉽게 공격하기 어려운 곳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송나라는 결국 실책에 실책을 거듭했고, 금나라는 행운에 행운이 거듭된 결과로 결국 이 개봉성을 차지할수 있었습니다.

 

1126년 금나라군이 처음 개봉을 포위했을때, 이강을 비롯한 주전파 대신들이 도망가려는 흠종황제와 대신들을 개봉에 불들어놓은 채로 전투를 치르게 됩니다. 이때는 금나라군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고, 곳곳에서 송나라를 지키기 위한 근왕군이 몰려드는 바람에 금나라군은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흠종을 비판하는 주전파 대신들을 전부 제거하고 금나라에 떼어주기로 했던 영토마저 줄수없다면서 버티자, 금나라군은 다시 내려와 개봉을 다시 포위해버리고 맙니다.

이때는 금나라군이 곳곳에서 몰려드는 근왕군을 막기위해 이전보다 더욱 많은 병력을 동원했고, 올라온 근왕군들도 싸움을 겁내어 교전하지 않고 그저 관망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40여일동안 포위된 채로 공격받은 개봉성이지만 워낙 수비군의 숫자가 이전보다 적었고, 금나라군의 공격도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거셌기 때문에 성내의 사기는 바닥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떨어진 사기를 올리기 위해 사기꾼이었던 허경이 이끄는 육정육갑신군이 성벽을 나가 금나라군과 교전합니다. 하지만 이 군사들은 시정잡배들을 모아 만든 오합지졸들이었고, 성벽을 열고 나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금나라군에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참패한 송나라군은 결국 개봉의 외성을 잃고 안쪽으로 후퇴해야 했습니다.

 

송나라가 수비에 용이한 외성을 잃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성이 함락된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송나라의 흠종은 싸울의지를 잃고 결국 금나라에 항복해버렸고, 성내에 있던 모든 금은보화와 자료들은 물론이고 배상금을 물지못한 포로들과 황족들이 전부 잡혀 금나라의 수도인 상경으로 압송되는 치욕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을 '정강의 변' 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끝까지 싸우지도 않고 항복해버린 송나라 흠종과 대신들의 오판으로 나라가 결국 망해버린 것입니다.

특히 개봉은 송나라의 도읍이 된 후로 상업이 크게 발달하고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되었는데, 그 재물들이 남김없이 금나라에 털려버렸고 나라까지 망했으니 지금 살펴봐도 어이없는 사건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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