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역사의 그날, 8월 29일 경술국치일

2022. 8. 29. 11:24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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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년전 오늘 8월 29일은 우리에게 뼈아픈 날입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당시 러시아 제국군과 싸우다가 나라가 파산할 정도까지 이르렀고, 승리하기는 했지만 청일전쟁에서 승리했을때 청나라에게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받아낸것과 달리 한푼의 전쟁배상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단지 사할린의 남부를 할양받고 대한제국에 대한 독점적인 위치를 확인받는데 그쳤을뿐 경제적인 이득은 없었던 전쟁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결국 대한제국을 집어삼키기위한 노력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원래 대한제국은 미국과 상호조약을 맺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미국을 믿고 있었지만, 미국은 당시 가쓰라-태프트 조약을 통해 서로 필리핀과 대한제국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뒤통수를 쳐버리는 행동을 하고 맙니다.

러시아가 전쟁에 패하고 물러나기 전의 대한제국은 나름 외교적인 성과를 거두어 러시아와 미국, 영국과 일본 등의 세력이 팽챙하게 맞서는 중립국의 위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러일전쟁과 미국의 배신으로 인해 완전히 구렁텅이로 떨어진 것입니다.

 

이미 한일의정서와 을사늑약으로 인해 대한제국의 외교권과 경제는 일본의 손에 넘어간 상태였고, 그저 목숨만 붙어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일본을 이끌던 온건파 이토 히로부미까지 안중근 장군에 의해 처단되자 결국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로 합병해 버린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일진회를 비롯한 친일세력들이 앞서서 한일합방을 촉구할 정도였고, 을사오적으로 불리는 매국노들은 을사늑약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일본의 눈에 들어 합병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경술년인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은 공식적으로 일본에 합방되고 말았습니다.

대한제국은 다시 조선으로 격하되었으며, 대한황실은 이왕가로 격이 낮아져 일본왕가에 공식적으로 편입되는 굴욕을 맛보았지만 당시 대한황실의 종친중에 이런 일에 책임을 지거나 분개하는 사례를 찾을수 없었다고 하니, 지도층에서는 과연 대한제국을 자주 독립국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국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국가자체가 해체되어버린 중요한 날이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 경술국치일을 그렇게 기념하고 있지는 않은 모습입니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 치욕적인 날이기 때문에 대놓고 기념하는것은 어렵겠지만 오히려 이날을 더욱 널리 알려 우리가 얼마나 무기력하게 나라를 빼앗겼는지, 어떻게 일본이 치밀하게 우리의 목을 졸라왔는지에 대해 널리 알려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 송파구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청태종 공적비를 보면 얼마나 조선이 무력하게 청나라 만주팔기에 유린당했는지 알수 있습니다. 거기에 당시 이 공적비를 쓴 학자는 평생을 후회속에 살았다고 하니, 당시 역사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중요한 사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 사적을 통해 당시 조선이 국방에 소홀한 상태에서 그저 오랑캐를 배척한다는 말만 떠들다가 그렇게 철저히 유린당했다는 교훈을 얻을수 있는데도, 이 공적비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방치되어 있는 수준입니다.

우리가 경술국치일을 별다른 반성없이 보내는 것과 송파구의 청태종 공적비를 감추고 알리지 않는 것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투영된 것이겠지만, 이제는 우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경술국치일에 왜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어야 했는지, 청태종 공덕비를 통해 전쟁에 패한 조선이 왜 청태종을 찬양하는 비석을 세워야했는지에 대해 알리고 철저한 반성을 해야 할 것입니다.

 

천년이 넘는시간동안 이교도의 손에 의해 함락되지 않았던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는 결국 오스만제국의 손에 1453년 5월 29일 함락되고 맙니다. 그래서 그리스쪽에서는 여전히 화요일을 불길한 요일로 인식하고 있고, 지금도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있어서도 영광되고 자랑스러운 역사 뿐만 아니라, 부끄러워 감추고 싶은 역사 역시 우리의 역사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경술국치일에 더이상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 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그날의 교훈을 널리 알리고 잊지 않도록 상기시켜 다시는 그런 치욕의 날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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