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빌라이칸 이후 막장의 길을 걸었던 원제국

2022. 8. 25. 13:38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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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케칸이 남송의 사천지역을 공격하다가 죽은 이후, 치열한 내부투쟁을 통해 결국 쿠빌라이가 대칸의 자리에 오르면서 몽골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때까지는 몽골을 통솔하는 대칸의 자리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쿠빌라이가 칸의 자리에 오르면서 중국식으로 대원제국을 건설하게 되면서 서역에 있는 몽골부족들과는 사이가 틀어진 채로 각자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됩니다.

 

쿠빌라이는 1279년 남송을 멸망시키고 중국 전역을 차지했으며, 가장 부유하고 조세를 많이 부담하는 강남지방을 차지하여 원제국의 새로운 수도인 대도를 크고 웅장하게 건설합니다.

그리고 사방으로 대규모 원정을 시도해 일본과 베트남, 버마 등을 침략하며 원제국의 힘을 크게 떨쳐 원나라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군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방으로 수많은 원정으로 인해 국가의 재물을 소비하고 군사들이 죽어나갔으며 특히 일본원정에서는 남송에서 항복한 강남군의 대부분이 전사하고 수많은 전선들이 침몰하는 피해를 입었고, 베트남 원정에서는 쩐흥다오가 이끄는 베트남군에 의해 원정군이 전멸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거기에 쿠빌라이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서쪽의 카이두칸과 지속되는 전쟁으로 몽골 부족들과의 연합도 깨지는등 여러 악재들이 겹쳐 결국 쿠빌라이가 죽고 난 이후 원제국은 급속도로 혼란에 빠져듭니다.

 

쿠빌라이의 뒤를 이어 즉위한 성종만이 13년의 재위기간을 보였을뿐, 그 이후 칸들은 거의 제대로 된 재위기간을 보여주지 못했고 25년동안 9명의 대칸들이 즉위하는 극도의 혼란기를 맞습니다.

그나마 11대 칸의 자리에 오른 혜종이 36년의 재위기간을 보이면서 오래 집권하긴 했지만 바로 이 사람이 고려의 공녀였던 기씨를 황후로 맞은 원순제입니다. 곳곳에서 홍건적들과 농민반란이 일어나는 혼란속에 결국 강남지방에서 지주세력과 결탁한 주원장이 명나라를 세워 북벌을 단행하여 수도인 대도가 함락되고 북으로 쫓겨가 나라를 망친 망국의 군주가 가장 긴 재위기간을 보였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원제국이 얼마나 막장이고 한심한 국가였는지를 충분히 알수 있습니다.

거기에 이 시기에 원나라 정부군을 이끌면서 반란을 진압하던 명장 겸 재상인 토크토를 주변의 모함하는 말만 듣고 체포하여 독살해버렸으니, 더욱 원나라는 망할수밖에 없던 운명이었나봅니다.

 

원제국은 최상층에서 지배를 담당한 몽골족의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서역에서 들어온 색목인들을 중용했다고 하는데, 이들은 적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재무에 능통하여 몽골인들이 우대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아래로는 한족과 북인들을 착취하고, 위로는 몽골인들에 바칠 재물을 빼돌렸으며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고의적인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더욱 취약한 원제국의 경제를 뒤흔들며 오히려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들입니다.

거기에 금나라 치하에 있던 한족들과 남송치하에서 끝까지 몽골에 저항한 남인들을 대놓고 차별하여 온갖 탄압적인 정책을 내놓습니다. 당시 한족들은 마을을 통제하는 몽골족의 지배를 받아야 했으며 무기도 가질수 없고 농기구와 조리용 식칼같은 것들도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을만큼 온갖 차별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원 성종 이후 계속되는 권력투쟁과 함께 지배층의 무능과 직무유기로 인해 황하가 범람하고 기근에 시달리는 농민들이 많았는데도 원 조정에서는 권력투쟁에만 몰두할뿐 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 말기에는 곳곳에서 한족들이 들고일어나 반란을 일으켰으며, 특히 송나라의 뒤를 이었다는 홍건적의 한림아와 부유한 남방을 차지한 장사성 같은 군벌들이 원 조정으로 가는 식량수송까지 막아버릴 정도로 국가체제가 완전히 붕괴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나마 토크토가 죽은 이후 차칸테무르라는 불세출의 명장이 나타나 곳곳에 웅거하고 있는 농민 반란군들을 진압했고, 결국 개봉에서 송나라의 후손을 자처하던 홍건군마저 격파하고 지도자를 처형하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이때 차칸테무르에게 격파당한 나머지 홍건군들이 원제국의 여름별장인 상도를 약탈하고 곳곳으로 밀려니다가 결국 고려까지 밀려나 급기야는 고려에 치명타를 가한 홍건적의 침입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남방을 제외하고 북방의 모든 반란을 진압한 차칸테무르였지만 항복해온 한족장수 전풍에게 암살당하며 남방에 있던 주원장을 비롯한 반란군들은 살아남았고, 결국 남방을 통일한 주원장이 명나라를 건국하고 북벌군을 파견하게 됩니다.

 

이미 약해진 몽골군은 명군의 진격을 막을수 없었으며, 명나라 최고 명장인 서달이 이끄는 북벌군은 원의 수도인 대도까지 함락시키면서 몽골의 중국통치를 종식시키게 됩니다.

원나라 순제는 대도에서 버티지 않고 도망쳤다는 이유로 명나라에서 순제라는 시호를 올릴 정도로 그저 도망가기에 바빴고, 북방의 응창부에서 버티다가 결국 병으로 사망하고 이후 들이닥친 명군에 의해 응창부에 남은 순제의 시체와 비빈들, 그리고 모든 보물들은 명군의 손에 넘어가는 굴욕을 맛보았다고 합니다.

 

이후 황태자가 칸의 자리에 올라 북원으로 존속하게 되지만 이미 대륙을 잃어버린 몽골로서는 버티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후 몽골을 끝장내기 위해 파견된 명나라의 북벌군과의 전쟁에서 북원군이 크게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명나라 최고의 명장이었던 서달은 원의 수도인 대도를 함락시키는 등 그동안 전쟁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은 장군이었는데, 바로 이 북원과의 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달아나 간신히 목숨만 건졌다는 후일담을 보면 확실히 대륙을 지배했던 몽골의 힘이 아직은 남아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감숙성에서 이어진 전투에서는 서달이 이끄는 명군에 참패하게 되고, 얼마후에는 북원의 칸마저 사망하며 결국 북원이 멸망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세계국가를 지향하며 쿠빌라이가 세웠던 원제국은 굉장히 부유한 곳이었고 무역의 중심지였지만 실시된 온갖 차별적인 계급제도와 함께 경제가 박살나며 결국 몽골이 쫓겨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원래 다른 민족들이 중국대륙을 점령하면 한족에 동화되어 결국 민족 자체가 사라질 정도로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는데, 몽골족만큼은 한족에 동화되지 않고 오히려 강력한 군대를 패망하는 순간까지 보유했을 정도로 특이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마 쿠빌라이의 후손들 중에 제대로 된 군주가 한명이라도 있어서 나라를 제대로 이끌기만 했다면 후기에 거듭된 혼란속에서 주원장이 그렇게 명나라를 건국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아마 그렇게 대륙이 몽골의 손에 계속해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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