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에 대한 생각

2022. 4. 13. 15:43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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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동네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까마귀들이 꽤 많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까마귀에 대한 편견이 없어서인지 그냥 보아넘겼지만, 옆쪽에서 길을 걷던 할머니 한분은 굉장히 못볼것을 봤다는 식으로 까마귀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시더군요.

그저 나타난 까마귀들이 배설물을 뿌리거나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재수없고 불길한 새라는 이유로 그런 대접을 받는 까마귀가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까마귀가 불길한 새였던 것은 아닙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태양신과 함께 하늘을 상징하는 삼족오 사진을 보면 다리가 세개 달린 까마귀가 태양과 비슷한 위치에 그려져 있습니다.

거기에 신라때에도 왕의 암살을 미리 알려줬다는 까마귀에게 약밥을 던져주는 풍습이 있었고, 견우와 직녀 설화에서도 보듯 까마귀는 그렇게 나쁜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조선 후기에도 하늘과 땅을 잇는 새라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고 하니 결국 까마귀가 흉조라는 것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생겨난 알수 없는 편견의 산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 일본에서도 까마귀를 길조로 여겼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만 지금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좋지 않은 새라고 인식되고 있다하니 아마 일본의 이런 시각이 우리에게 옮겨온것은 아닐지 추측해봅니다.

 

하지만 동양권에서는 까마귀가 은혜를 아는 새라고 해서 귀하게 여겼습니다.

까마귀는 무리지어 살며 나이많은 개체를 위해 다른 개체들이 사냥을 해오면 같이 먹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효를 아는 새라며 유교에서도 중요한 동물로 여겼다고 하니, 대체 까마귀가 왜 흉조가 되었는지 알수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까마귀는 생각보다 지능이 높은 생물입니다.

도구를 사용하여 병속에 든 먹이를 꺼내먹는가 하면, 훈련을 시키면 6~7세의 어린아이 정도의 지능으로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놀라울 뿐입니다.

거기에 먹이를 숨겨놓은 후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전부 찾아서 먹을 정도라고 하니 우리가 흔히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까마귀고기를 먹었다' 라고 하지만 실상은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 까마귀는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선조와 자신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게 없는데도 예전에는 길조로 여겨지며 대접받았지만 지금은 재수없고 기분나쁘다는 이유로 핍박받고 있으니 이해가 잘 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까마귀에 험담한 할머니와는 다르게 저는 까마귀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습니다. 인간을 직접 공격하거나 재산에 큰 피해를 주는것이 아니라면 흉조라면서 온갖 험한말을 퍼붓는 일은 하지 않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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