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M16A1

2019. 6. 23. 10:55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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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전역한지 13년째이지만 가끔 악몽을 꿉니다.

재입대하는 꿈이거나 말년병장인데 시간이 흐르지 않아 전역을 못한다던가 하는 꿈을 왜 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얼마전에는 총을 들고 불침번을 서다가 다음 근무자가 일어나지 않아 하루종일 근무만 서는 굉장히 기분 더러운 악몽도 꾸었습니다. 정말 그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더럽더군요.

그날 이후 갑자기 군생활을 함께했던 아카데미 M16A1을 한번 구해봤습니다. 이게바로 충동구매의 정석이랄까요.

 

집에 와보니 무슨 큰집에서 제사지낼때 쓰는 병풍처럼 크고 두꺼운 택배가 와 있더군요.

나도 모르게 순간 마음이 경건해짐을 느꼈습니다. 마치 향 냄새를 맞아야 할것 같은 분위기지만 일단 포장을 잡아 뜯으며 리뷰를 시작해 봅니다.

 

 

전혀 완충재나 보호받는 것 없이 생짜로 날아온 아카데미 M16A1입니다.

그런게 없어도 아무 상처없이 온게 신기하네요.

 

 

일단의 크기비교를 위해 커터칼을 놓고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확실히 크기는 상당히 큽니다.

이쯤되면 제가 병풍을 떠올린게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 사실로 밝혀질지도 모릅니다.

 

 

나름대로 콜트사의 라이센스를 받아 제작한 것인지 콜트의 로고가 굉장히 크게 박혀 있습니다.

그냥 에어건일 뿐인데도 이렇게 인증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사람에게 절대 발사금지라고 적어놓았는데 며칠을 못먹고 피골이 상접한 상태의 졸라맨이 뛰어가고 있는 모습이군요. 이렇게 뒤통수를 보일때 발사욕구가 샘솟는 것을 노리고 아카데미가 절대발사금지 표시를 해놓은게 아닌가 합니다.

역시 소비자의 심리까지도 꿰뚫어보고 있는 아카데미에 찬사를 보내며 박스를 해체해봅니다.

 

 

약간의 흥분된 상태에서 박스를 열어제꼈더니 본체가 보입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M16A1의 모습을 보니 위장 한 구석에서 위액이 밀려나올 듯한 극한의 역겨움과 스트레스가 밀려옵니다. 가끔 위경련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어찌나 위험한 물건인지 경고문을 두 군데나 붙여놓았군요.

정말 너무나도 위험한 물건인지 스티커와 또한 아래쪽 경고딱지로 두번의 연속경고를 하고 있네요.

정말 너무 무서워서 사지가 후덜덜 떨려옵니다. 이렇게 담이 작아서야 정말 범법행위는 못하겠네요.

 

 

만 14세 미만은 사용할 수 없음.

이 문구가 가슴한편을 강하게 후벼파고 있습니다.

만 24세 미만은 사용할 수 없음. 여기에도 해당이 안되고,

만 34세 미만은 사용할 수 없음. 여기에도 해당이 안됩니다. 쓸데없이 나이먹은 흔적이 느껴집니다.

 

 

아카데미가 이런 콜트의 각인도 꼼꼼하게 살려주었네요.

제가 실제 쓰던 M16A1에도 콜트사의 각인이 있던 모델인데 이렇게 만나보니 반가우면서도 살짝 짜증과 욕설이 밀려옵니다. 쓸데없이 요런걸 살려줬네요. 너무 사실적이라 위경련이 도질것 같습니다.

아래에는 미국정부의 자산이라고까지 친절하게 넣어줬습니다. 나중에 고장나거나 낡아서 버리기전에 미정부에게 폐기해도 되는지에 대해 문의해볼 생각입니다.

 

뭐 거의 실총과 비슷하게 되어있습니다.

조종간도 움직이고 크게 다르지 않네요.

 

 

멜빵도 장착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본 포함은 안되어있네요. 전에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K2용으로 멜빵을 팔고있던데 아쉬운대로 그거라도 사서 달아주어야겠습니다.

 

 

반대편은 그냥 거의 전부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어차피 그때 그시절의 향수를 느낄수 있는건 마찬가지니 아쉬운대로 넘어가봅니다.

 

 

개머리판쪽 꼬질대넣는 부분도 그냥 몰드입니다. 전혀 열리거나 그런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기분이라도 낼수 있을정도로 질감표현은 되어있네요. 그나마 몰드는 사실적입니다.

 

 

손잡이 아래쪽은 텅 비어있습니다. 이런 나름대로 실총과 비슷하게 느낌을 내주다가 여기서 이런 골다공증을 보여주네요. 제 현재 심정처럼 텅 비어버린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수 없습니다.

 

 

탄창을 결합하고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이제 정말 그시절의 더러웠던 기억이 머리속을 강타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만약 멜빵만 있었으면 오늘 저녁내내 혼자서 불침번 섰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행군이라도 해야할듯한 느낌도 듭니다.

 

 

조종간 안전으로 놓고 방아쇠를 힘껏 당겨봅니다.

실제총은 정말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요건 살짝 플라스틱이 휘어버리는 느낌이 납니다.

그새 내 힘이 더 세진건가 하는 망상도 잠시, 더이상 움직이지는 않네요. 오늘 배송온 제품을 A/S 보낼뻔했습니다.

 

 

이렇게 뒤쪽으로 잡아당겨 장전하는것도 됩니다.

다만 실총처럼 금속이 딱 달라붙는 느낌은 아니고 플라스틱이 어딘가 위치한 스프링에 탁하고 걸리는 느낌이라 약간 경박하게 느껴지긴 하네요. 더 힘주어서 당기면 파손될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신기하게도 총열덮개가 분리됩니다.

대체 이게 왜 여기에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분리되는게 신기하네요.

여기 이부분만큼은 실총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나중에 전부 분해해서 개인화기 정비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이 제품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것, 이 주황색 총구입니다.

물론 법조항때문에 이렇게 만드는게 당연하다는건 알지만 여기만 이렇게 튀는 색으로 되어 있으니 정말 장난감같은 느낌이 확 살아납니다. 여기만 검은색으로 도색해주려다가 도색도 불법이라는 내용을 찾아보고 역시 심장이 쫄려와 포기했습니다. 역시 강제로 모범시민이 되어가나 봅니다.

 

 

뭐 설명서가 필요할까 싶지만 그냥 의무적으로 찍어봤습니다.

역시 중요한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정말 전역후 15년만에 느껴본 M16A1의 느낌이었습니다. 예비군 훈련때에도 칼빈을 썼으니 진짜 오랜만에 느껴본 촉감과 모양이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더러운 기분과 착잡한 기억은 그대로군요.

물론 이 총을 가지고 행군했을때의 성취감도 느끼고는 했지만 행정병에게 총에 관한 좋은 기억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군대에서의 미묘한 느낌을 되살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전역이 가까워올때 나중에 꼭 어떤걸 해야겠다 하는 다짐을 수없이 했었지만 막상 전역후 흐지부지 지나갔던 기억들이 총과 함께 되살아나는것 같아 자꾸 생각에 잠기게 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앞으로 더이상 총을 쏘아볼 일은 없겠지만 20대의 가장 아깝고 안타까운 시간을 함께했던 총기를 보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M16A1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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