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9. 13:20ㆍ역사
몽골제국의 대칸이었던 몽케 칸이 조직하여 서아시아로 원정을 떠난 훌라구는 1258년 바그다드를 함락시키며 명맥만 남아있던 아바스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 일대를 장악했습니다.
시리아까지 점령하고 이집트로 들어가려는 순간 몽케 칸이 사천지방을 원정하다가 죽는 일이 발생하자, 훌라구는 주력군을 이끌고 본국으로 귀환해버렸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이집트에 있던 맘무크 왕조와 남아있던 일부 몽골군이 싸워 아인잘루트 전투에서 패배하고 시리아에서도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귀환한 훌라구는 자신이 점령한 지역에 일 칸국을 세우고 통치했는데, 워낙 이 지역은 불안한 정세와 북방의 킵차크 칸국의 침입으로 인해 일 칸국은 금세 쇠퇴의 길을 걸었습니다.
결국 건국된지 100년도 되지 않아 각지의 세력들이 자립하고 1357년 킵차크 칸국이 일 칸국의 중심지인 타브리즈를 점령하면서 멸망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일 칸국이 점령했던 지역은 모두 갈라져 통일되지 않았고, 얼마 전부터 강국으로 성장하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지중해 동부의 패권을 장악하면서 서남아시아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무르가 혜성처럼 등장하게 됩니다.
티무르는 몽골 귀족출신으로서, 몽골 지배층과 기마군단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끊임없이 몽골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에 일 칸국 이후 등장한 새로운 몽골세력의 우두머리였습니다.
1369년 티무르는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주변 부족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영토를 넓히기 시작했는데, 당시 쇠약해져 있던 중동지역을 화약무기와 앞선 기병전력으로 하나하나 점령해 나갔습니다.
동부의 모굴 칸국과 서쪽의 호라즘 지역, 그리고 북쪽의 킵차크 칸국과 싸워 모두 승리했으며 남쪽의 아프가니스탄과 페르시아 등지를 전부 점령해버렸습니다.
그 후에는 당시 부유한 지역으로 이름난 인도의 델리를 점령하고 약탈했으며, 이로 인해 티무르의 국력은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1392년부터는 서쪽으로 눈을 돌려 맘루크 왕조가 점령하고 있던 시리아를 빼았고, 1402년에는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던 오스만 투르크와 전면전을 벌여 크게 승리하고 당시 술탄이던 바예지드 1세를 사로잡았습니다.
이로인해 멸망의 위기이던 동로마제국은 한숨 돌릴수 있었으며, 오스만제국은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점령하는데 50여년의 시간이 더 걸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렇게 최대의 판도와 국력을 자랑하던 티무르였지만, 동쪽의 명나라와 틈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미 몽골의 원나라를 몰아내고 중원지역을 수복한 명나라였는데, 당시 황제였던 영락제는 비범하지 않은 인물로 북쪽의 몽골을 공격하고 대선단을 편성하여 해외지역을 원정하게 하는 등 명나라의 국력을 과시한 군주였습니다.
영락제가 먼저 그동안 조공을 바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티무르에 도발적인 국서를 보내자, 격분한 티무르는 원정군을 편성하여 자신만만하게 명나라 원정에 나섰다가 도중에 병이 들어 1405년 2월 결국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 티무르는 그렇게 최후를 맞았습니다. 비록 명나라와 일전을 벌어지 못했지만, 과연 영락제와 티무르가 싸웠으면 누가 이겼을지 지금도 궁금해지긴 합니다.
티무르 제국은 원래 창업자인 티무르 개인의 무력과 능력으로만 건국된 국가였습니다.
그래서 원래 이런 대제국은 창업자가 죽으면 바로 혼란에 빠져 나라가 멸망하기 마련입니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역시 티무르와 비슷한 지역에 대제국을 건설했지만 그의 사후 나라가 조각조각나며 쪼그라들었는데, 신기하게도 티무르 제국은 바로 멸망하지 않고 명맥을 더 이어가게 됩니다.
치열한 권력다툼 끝에 티무르의 넷째아들인 샤 루흐가 제국을 이어받았지만 티무르 사후에 각지의 독립한 세력들을 통합하지는 못했고, 영토역시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제국을 정비하고 세력을 통합한 샤 루흐는 문화를 발전시키고 동서양 무역로를 정비하며 티무르 제국의 진정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그의 아들인 울룩 벡이 나라를 물려받았지만, 문화는 크게 발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통치한지 2년만인 1449년에 아들에게 목이 잘리며 죽었고 그의 아들마저 비참하게 참수당하며 티무르제국은 완전히 혼란기로 들어섭니다.
결국 1500년 북방의 신흥세력인 우즈베크의 샤이바니 칸이 제국의 중심인 사마르칸트와 부하라를 점령했고, 그렇게 화려하게 역사에 등장했던 티무르 제국은 쓸쓸한 최후를 맞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티무르 제국의 후계자인 바부르가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인도를 공격해 들어갔고, 티무르 제국의 남은 역량을 동원해 인도에 무굴 제국을 건국하면서 티무르의 후손들은 명맥을 이어갈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티무르 제국은 서남아시아를 떠나 인도에 정착하게 되었고, 이후 인도 전역을 지배하는 강력한 무굴 제국으로 다시 몽골의 후손들이 살아남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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