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사건

2022. 5. 6. 11:36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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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2NBJ_agg_YI

지난 1977년 그려진 작품이라는 설명이 붙은 이 미인도는 사연이 조금 복잡합니다.

정부의 소유로 넘어갔던 작품이 1980년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이후 90년대 초반에 전시회에서 공개된후에 작가 본인이 이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게 되면서 길고긴 위작논란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그림은 원래 1979년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의 소유라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강직한 사람으로 알려진 김재규는 권력욕에 미친 악마가 되어가고 있던 독재자 박정희를 구국의 결단으로 암살했고, 나중에 신군부에 의해 김재규의 모든 재산이 압류되면서 이 그림 역시 국가의 소유가 된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박정희를 죽인 김재규를 파렴치범으로 몰아 죽여야만 하는 신군부는 주변에서 닥치는대로 예술품들을 모야 그의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원치않게 흘러들어갔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든 천경자 본인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기 때문에 위작논란이 일어났는데,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우선 위작을 감별하는데 있어 작가의 견해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분명 작가 본인이 자기가 그리지 않았다는데도 굳이 진품으로 감정하는 모습이 참 우습긴 했습니다.

화가가 공장에서 그림을 찍어내듯 그려내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그려내는 그림을 자신이 언제 어떻게 그렸는지 기억하지 못할리가 없다는 점 또한 이런 작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까지 나서 이 그림을 끝까지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측에서는 엑스레이나 자외선, 적외선 등의 온갖 과학적인 기법을 도입해 위작여부를 판별하였다고 하며, 이들의 의뢰로 그림을 감정한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의원회에서 1991년 4월 그림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어진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감정불가라는 결론을 내놓았고,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천경자 작가에게 본인의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나간 사람이라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천경자 화백은 결국 절필을 선언하며 미국으로 가버렸고 이후 다시 그림을 그리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왕성한 활동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논란은 다시 1999년 직접 이 그림을 위조했다는 사람의 주장으로 불거집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이 그린것이 아니고, 위조범의 자백까지 나왔는데도 국립현대미술관 측에서는 위조범이 전문 수묵화 전문이고 작품 위조 시점과 입수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들어 기존의 진품의견을 고수하고 나섰습니다.

검찰또한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더이상 수사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니 위조논란은 이번에도 그냥 묻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후 천경자 화백이 2015년에 사망한 후에 유족들을 중심으로 재감정의 요구가 있었고, 결국 한국이 아닌 프랑스의 권위있는 뤼미에르 감정팀이 감정에 착수하게 되었으며 위작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국립현대미술관과 검찰은 이런 결론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불기소처분을 통해 다시한번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참 논란이 많았습니다.

작가 본인이 분명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했으며, 위조범의 말이 오락가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여러 곳에서 작가의 그림을 참고해 위조했다고 인정했고 프랑스의 권위있는 기관에서 가품으로 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공적기관들은 이런 사실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중입니다.

분명 위작논란이 있는 작품이라면 작가 본인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작가가 직접 생전에 진품이 아니라는 견해를 강하게 내놓았으니, 이제라도 한국의 공적 기관들도 그것을 인정하고 이런 논란을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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