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의 여지가 없는 당나라 소종

2025. 10. 12. 11:23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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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마지막 중흥을 이룬 선종은 죽기전 장남이었던 이최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뒤를 이어 군주가 될 사람이었지만 워낙 능력이 없고 노는것과 사치향락에 빠져 사는 인물이라 능력있는 넷째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싶었지만 신하들과 이최 이외에도 두명의 아들이 있다보니 선뜻 실행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선종이 단약을 복용하고 중독되어 사망하자, 가장 유능했던 넷째아들 이자를 다음 군주로 올리는것이 대세가 되었지만 돌연 환관세력이 이것에 대해 반대하며 이자와 관련된 세력들을 죽이고 이최를 옹립하고 말았습니다.

 

선종의 뒤를 이어 즉위한 의종은 정말 말그대로 능력은 전혀 없으면서도 놀고 즐기는데만 집중한 사람이었습니다.

능력있고 의지가 강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오직 음악적 능력만 출중했다고 하며, 선종이 어느정도 복구한 당나라였기에 다음 후계자가 중요한 상황에서 14년간 재위하며 업적은 전혀 한 줄도 남기지 못하는 쾌거를 이룩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를 이은 희종 역시 무능력한 인간으로, 아버지 의종과 마찬가지로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환관의 손에 감시당하며 실권은 전혀 없는 완벽한 허수아비였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생각이 없던것은 아니었던지 나름의 저항을 하기는 했지만 그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뒤, 투계나 바둑에 열중하고 축국을 좋아해 촉지방의 절도사도 먼저 골을 넣는 자를 임명하겠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의 암군이었던 것입니다.

거기에 희종 연간에는 왕선지와 황소의 난이 일어나 희종 자신은 도성인 장안을 버리고 도망다녀야했으며, 그나마 당나라에 충성하는 절도사들의 싸움으로 황소의 난을 진압하고 한숨을 돌릴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큰 난리를 진압한후 도망에 너무 큰 힘을 썼던 모양인지 희종이 26세의 나이로 죽어버리고, 당나라는 그의 동생이었던 소종을 군주로 올리게 됩니다.

앞서 재위한 두명의 군주가 워낙 능력없는 바보수준이었기 때문에 당시 환관들이 그나마 괜찮은 능력을 지닌 소종을 옹립한 것으로, 그래서인지 즉위 초반에 소종은 당나라를 살려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당시 황소의 난 이후로 각지의 절도사들이 당 조정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세금도 바치지 않았으며, 오직 자신의 세력을 키워 경쟁자들을 제거하는데만 몰두하고 있어 소종이 할수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소종의 성격도 괴팍하기 이를데 없는 인물이라 의심이 많고 자신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데 급급했으며, 비겁하고 갈팡질팡하는 습성 덕분에 그나마 당왕조에 충성하던 절도사들마저 적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장안에서 가까운 봉상에 주둔하던 봉상절도사 이무정도 이런 소종의 모습에 실망하고 조정을 압박하는 군벌이 되어버렸는데, 이를 진압하기 위해 하동절도사 이극용을 불러들여 이무정을 토벌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극용을 믿지 못한 소종이 갑자기 이무정 토벌을 중지하고 이극용을 내쫓아버렸으니, 이런 어이없는 사태에 이무정은 목숨을 건지고 다시 세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절도사를 불러들여 싸우기보다 수도를 방어하는 조정직속의 금군을 동원해 이무정을 공격했지만, 워낙 환관들의 손에 있으면서 전투는 전혀 해보지 못한 금군들이 싸우려는 의지도 없었고 그냥 도망치기 바빴기 때문에 공격은 바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재상이었던 두양능은 이런 무리한 공격을 말렸지만 오히려 소종은 죄를 두양능에게 뒤집어씌워 처형하고 자신이 총애하던 후궁을 이극용에게 시집보내 환심을 샀으며, 이후에도 이무정에게 휘둘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소종은 주변의 환관들과 궁녀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술에 빠져살면서 국가운영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전형적인 폭군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환관들이 그를 폐위할 지경이었는데, 그나마 다른 환관들이 들고 일어나 소종이 다시 복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무정을 넘어서는 더욱 큰 재앙이 다가오고 만 것입니다.

하남 일대에서 자신의 세력을 크게 키운 주온이 다른 절도사들을 제거하면서 강력한 군벌로 떠올랐는데, 이무정을 토벌한 주온이 당 조정을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주온은 당나라를 장악하면서 자신의 근거지와 가까운 동도 낙양으로 옮기게 했는데, 소종이 끌려가면서 주변 절도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단 한곳도 그를 위해 군사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인심을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장안의 궁전들은 전부 해체되고 불태워졌으며, 당나라를 지탱하던 장안성마저 헐어버린 뒤 주온은 소종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절도사들은 그래도 오래된 정통왕조인 당나라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평민출신이라 예의없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 바쁜 주온은 각지의 절도사들이 군대를 모아 당나라를 재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바로 소종에게 자객을 보내 암살하고 만 것입니다.

소종의 아홉째 아들인 이축은 당나라의 마지막 군주가 되었다가 주온에게 찬탈당한 후 살해당했으며, 그 외의 많았던 소종의 아들들은 전부 주온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3백여년을 이어온 당나라는 주온의 손에 의해 907년 멸망하고 말았으니, 수 양제가 지배하던 국가를 빼앗았던 당나라의 최후는 수나라보다 더욱 비참했던 것입니다.

 

특히 이런 당나라의 멸망은 의종 이후 이어진 희종과 소종의 잘못이 가장 크게 보입니다.

그중에서도도 의종과 희종은 거의 바보나 다름없던 진나라의 혜제와 비견될 정도로 그저 무능력한 인간쓰레기들이었지만, 그래도 소종은 나름 중흥의 의지를 가지고 초반에 국가를 경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워낙 주변인들을 믿지 못하고 의심만 많은 주제에 모든 시도가 좌절되자 포악한 본성을 드러내며 살인마로 돌변했다는 사실을 보면 망국의 군주들에게 가질수 있는 일말의 동정은 사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당나라가 망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능력하고 돼먹지 않은 군주들이 연이어 즉위한것이 가장 크고, 그나마 선종의 치세마저 없었다면 당나라의 멸망은 더욱 앞당겨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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