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8. 11:18ㆍ역사
660년 백제의 사비도성이 무너지고, 웅진으로 도망간 의자왕이 배신자 예식진에 의해 사로잡혀 당으로 압송되면서 백제는 멸망을 맞았습니다.
백제 멸망 당시에 2백성과 76만호를 거느린 꽤 큰 나라였던 탓인지, 그렇게 지배층이 당에 잡혀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백제는 곳곳에서 항전을 이어갔으며 백제부흥운동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특히 무왕의 조카로 기록된 복신은 승려 도침과 함께 백제 부흥군을 일으켰고, 주류성을 근거지로 곳곳에서 당군을 물리쳤습니다.
거기에 사비성을 함락시킨 소정방이 이끄는 당군의 공격을 막아냈고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백제 부흥군의 정통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또한 정통성을 다지기위해 왜국에 가있던 부여풍을 모셔와 풍왕으로 등극하게 했고, 그렇게 백제부흥은 현실로 다가오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복신과 도침의 세력다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둘이 대립한 끝에 복신이 도침을 제거하는데 성공하고 모든 권력을 틀어쥐었는데, 새로 즉위한 풍왕 역시 복신의 지나친 세력확대에 불안을 느꼈던 것인지 결국 복신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복신 역시 이런 분위기를 눈치채고 오히려 풍왕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고 하지만, 결국 풍왕이 그를 사로잡아 처형했다는 기록도 있으며 낭떠러지로 불러내어 밀어버렸다는 기록도 있으니 결국 최종승자는 풍왕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도침과 복신을 제거하고 승자가 된 부여풍이지만, 백제부흥군의 능력은 복신에게 쏠려있었습니다.
거기에 부여풍을 왕으로 옹립하고 당과 신라 연합군을 물리침으로써 다른곳의 백제부흥군이 일어나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가장 중요했던 인물은 복신으로 보이는데, 결국 권력싸움 끝에 가장 능력있는 명장이 제거되고 말았으니 백제부흥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백제부흥군을 떠받치던 복신이 제거된 후에 치러진 백강 전투에서 백제부흥군과 왜의 연합군은 철저히 궤멸되었고, 주류성이 당군에 함락되고 풍왕은 고구려로 망명하며 허망한 결과를 맞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주류성의 상황이 돌아가는 동안 임존성을 근거지로 한 백제 부흥군도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예전 왕족으로 기록된 흑치상지는 원래 사비성이 함락되고 의자왕이 사로잡혔을때 당군에 항복했다가 승리한 당군이 주변을 노략질하고 패악질을 일삼자 그곳을 탈출해 임존성을 중심으로 부흥군을 일으킨 것입니다.
백제가 멸망할때 2백여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신당서의 기록이 있는데, 흑치상지의 능력이 워낙 출중한데다 당과 신라가 고구려 공격을 위해 철수한 틈을 노려 백제의 옛 땅을 거의 회복할 정도로 큰 전과를 올렸습니다.
당과 신라의 연합군이 임존성을 공격했지만 워낙 지형이 험하고 백제군의 수비가 견고했기 때문에 이기지 못했고, 이곳을 지휘하는 흑치상지의 능력이 워낙 탁월해 백제부흥은 꿈이 아닌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백강전투에서 백제부흥군이 궤멸되고 주류성까지 함락되자, 갑자기 흑치상지는 자신이 지키던 임존성을 나와 당군에 항복하고 맙니다. 혹자는 당이 데려온 부여융이 그를 회유했다고 하지만 태도를 바꿔 돌변해 조국을 배신해버린 흑치상지의 이런 행동은 지금 우리가 봐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당군은 자신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흑치상지에게 군대를 주어 임존성을 공격하게 했고, 성의 약점을 잘 알고있던 그는 지수신이 끝까지 사수하던 임존성을 공격해 동족들을 자신의 손으로 전부 죽이고 말았습니다.
이렇듯 조국과 동족을 배신한 흑치상지는 당으로 가 돌궐과 토번을 물리치며 명성을 얻었지만 결국 누명을 쓰고 처형당하는 천벌을 받고 만 것입니다.
백제부흥군은 망국의 위기에서 일어나 백제를 거의 재건하기 직전까지 성공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도층의 분열로 인해 유리했던 형세를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파멸하고 말았고, 결국 가장 뛰어났던 장수는 백제를 배신하고 그가 지키던 견고한 성을 직접 함락시키는 운명을 맞고 말았으니 7백년간 이어온 백제는 결국 내분으로 최후를 맞고 말았습니다.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정의 여지가 없는 당나라 소종 (1) | 2025.10.12 |
---|---|
청나라의 숨통을 끊은 대기근 (0) | 2025.10.08 |
수양대군이 망친 조선왕조 (0) | 2025.09.26 |
윤관의 여진정벌과 식민사학 (0) | 2025.09.20 |
금나라 최후의 황제 애종 (1) | 2025.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