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3. 11:55ㆍ역사
안록산과 사사명의 난으로 태평성대를 구가하는듯 보였던 당나라는 철저히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중앙군은 약화되고 지방 할거정권이 날뛰게 되었고, 환관의 힘이 강해지면서 이들이 황제를 세우기도 하고 죽이고 다른 황제를 세우기도 하는등 막장상태로 굴러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런 당나라 후반의 혼란은 11대 헌종시기에 어느정도 정리됩니다.
황제직속의 우림군을 강화하고 말을 듣지 않는 번진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며 당나라 조정의 위엄을 되살리던 그는 가장 반항적이고 통제되지 않던 이정기가 세운 평로치정번진마저 제압해 향후 당나라가 버틸 힘을 마련한 명군이라는 평가를 받는 군주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큰 업적을 남긴 헌종은 환관들의 손에 독살되고 맙니다. 헌종의 아버지 순종은 중풍에 걸려 아들인 헌종에게 양위하고 물러났는데, 이 과정에서 환관들의 미움을 사 독살되었는데 아들마저 환관들에 의해 죽게 된 것입니다.
물론 헌종이 말년에 도교의 도사들이 올린 단약을 먹고 수은에 중독되어 성격이 변했다는 기록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당나라 조정에서 환관의 권력이 커졌다는 점을 알수 있고 이후 순종과 헌종을 독살한 환관들은 별다른 처벌도 받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헌종의 뒤를 이은 목종은 아버지를 암살한 왕수징의 철저한 꼭두각시였으며, 직접 환관의 손에 죽지는 않았지만 역시 중풍을 치료하기 위한 단약을 먹다가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등극한 경종은 놀기만 좋아하고 별다른 능력이 없는 전형적인 환관의 손에 옹립된 군주였지만 뭔가 사정이 있었는지 환관 유극명의 손에 의해 등극한지 3년만에 독살당했고, 이복동생 문종이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황제가 된 문종이지만 모든 권력은 환관들이 틀어쥐었고 전혀 실권이 없는 문종은 허수아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도 환관을 견제해 우두머리인 왕수징과 진홍지를 제거하는 성과가 있었기에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마침 왕수징의 장례식때 모인 환관을 전부 제거하기로한 문종이지만, 이런 계획이 드러나는 바람에 환관들은 문종을 인질로 잡아 도망쳤으며 금군을 동원해 조정대신 600여명이 오히려 환관의 손에 제거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환관들은 향후 4년동안 문종을 전혀 황제로 대하지 않았으며 면전에서 모욕을 주어도 문종은 전혀 한마디도 못했다고 합니다.
특히 대신들 앞에서 환관의 꼭두각시가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울었다는 소식을 들은 환관들은 그를 바로 독살해버렸고, 그의 아들 두명과 태자 모두 환관의 손에 제거되는등 황제자리가 마치 제기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즉위한 무종 역시 환관세력에 놀아나는 인물이었고 실권이 전혀 없이 그저 도교의 도사들이 올린 단약을 먹다가 재위 6년만에 죽어버렸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문종과 무종의 아들이 황제가 되어야하지만, 이들의 숙부인 선종이 등극하게 됩니다. 이것은 삼촌이 조카의 뒤를 이어 즉위하는 것이라 납득이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 선종은 환관들에게 멍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가 된 것입니다.
환관들은 모자라고 부족한 인물이 황제가 되어야 자신들의 권력에 해가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인데, 선종은 절대 모자란 바보가 아니었고 오히려 본색을 드러내 환관들을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선종은 즉위한후 대신들과 환관을 견제할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는데, 워낙 환관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처벌은커녕 죄를 지은 환관을 사면하지 말고 새로운 환관을 등용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세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대책을 내놓을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헌종의 죽음에 대한 진상도 어느정도 밝혀냈는데, 직접 독살에 관여한 왕수징이 죽었다는 이유로 별다른 처벌도 없이 넘어가야 할 정도로 환관의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그나마 능력이 있고 결단력있던 선종 역시 단약 중독으로 죽어버렸고, 그 아들인 의종은 아버지와는 달리 전혀 능력도 없고 놀고먹는데 열심이었기 때문에, 조금 약화되던 환관세력은 다시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고 당나라 조정을 틀어쥐었습니다.
그 뒤를 이은 희종 역시 정사를 돌보지 않고 축국을 좋아하는 무능력한 인간이라 환관의 입맛에 딱 맞는 군주였는데, 즉위한지 3년만에 황소의 난으로 도성인 장안을 버리고 도망가야 했기 때문에 환관들의 입지는 변함없이 탄탄했습니다.
다만 소종이 즉위한후에는 개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며 이런저런 제도를 통해 환관을 견제하긴 했지만, 소종의 좀스러운 성격과 충신을 내치고 애꿎은 환관과 궁녀를 죽이는 모습 때문에 환관들이 일시적으로 그를 폐위시킬 정도였습니다.
이때부터는 이무정과 이극용같은 군벌들의 손에 당나라가 좌지우지되어서인지 환관들의 전횡은 그다지 보이지 않으며, 결국 당시 최강의 군벌이던 주온의 손에 의해 강제로 장안을 버리고 낙양으로 천도하면서 환관들은 완전히 권력을 잃어버렸습니다.
거기에 낙양으로 온 당나라의 대신들과 환관들은 대다수 처형되고 시체를 황하에 던졌다고 하니, 그제서야 당나라를 마음대로 주무르던 환관세력은 사라지고 907년 결국 당나라가 망하는 결과를 낳게된 것입니다.
후한의 환관들 역시 황제를 갈아치우고 온갖 행패를 부렸고, 이후 명나라의 환관들도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를 저질러 국가를 멸망으로 몰고갔지만 역시 환관의 폐해는 당나라때 가장 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죽하면 환관들이 마음대로 황제를 세우기도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황제를 암살해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직접 그들을 처벌할수 없으니 죄를 지어도 용서하지 않고 환관의 수를 줄여야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당시 환관의 위세가 어느정도였는지 알수 있을듯 합니다.
결국 당나라 환관의 위세는 국가가 멸망할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환관의 폐해는 당나라때 가장 심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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