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덕분에 나라가 망한 당나라

2023. 10. 29. 12:18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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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후한은 환관이 득세하면서 망조가 든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이전에 이미 외척들이 나라를 망치면서 망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수세에 몰린 환제가 환관들을 모아 외척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권력이 집중되었고, 결국 환관세력은 한나라를 좀먹으며 국가가 망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장안일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기반으로 건국된 북주는 관롱지방의 귀족들이 만든 국가였기 때문에 군인들이 중심이 된 국가였습니다. 그런 북주를 찬탈하여 천하를 재통일한 수나라가 건국되었고, 그런 수나라를 다시 찬탈하여 건국된 당나라는 이전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나라는 나름 이름을 날린 태종 이후 약하고 권력욕도 없던 황제들이 잇따라 즉위했고, 결국 무측천이 당나라를 찬탈하여 주나라를 세우는등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측천무후를 몰아내고 당나라를 다시 되살린 현종이 즉위하면서 이런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당나라 현종은 가장 번영한 시기로 기록된 개원의 치라는 정치로 굉장한 명군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가 정치를 멀리하고 며느리였던 양귀비와 놀아나면서 실질적인 권력은 양귀비의 오빠였던 양국충과 현종의 측근인 고력사가 전횡하게 됩니다.

하지만 능력없는 시정잡배였던 양국충과는 달리 충성스러웠던 고력사는 현종의 신임을 받아 정사를 처리하는 와중에 환관의 입김이 점차 세지게 되는 폐단을 낳았습니다.

특히 현종 말년에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키자 각지에 흩어져있던 무장들을 모아 반란군을 막게 했는데, 서역에서 큰 전공을 세웠던 고선지와 봉상청을 감시하기 위한 환관 변영성을 파견했다가 탄핵하여 죽게 만드는 등 점차 영향력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현종의 뒤를 이어 즉위한 숙종에게는 이보국이라는 환관이 따라붙었는데, 고력사와는 달리 권력욕이 크고 강했던 이보국은 숙종의 총애를 뒤에 업고 온갖 포악질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보국은 제거당하며 최후를 맞았지만, 당나라 중기부터 국가를 좀먹기 시작한 환관세력의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나라의 헌종은 나름 능력있는 군주였으며, 이전부터 중앙정부에 반항적인 번진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국가의 기틀을 다시 마련해 당나라의 중흥을 이룩한 황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헌종조차 나중에 환관들에 의해 살해당했으며 그 진상을 밝히지 못할 정도로 벌써부터 환관은 큰 세력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미 헌종의 아버지인 순종 역시 환관에 의해 독살당한 전적이 있는 와중에 환관들이 황제를 갈아치울만큼의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헌종의 뒤를 이어 즉위한 목종은 환관중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왕수징의 철저한 꼭두각시였으며, 그 뒤를 이은 경종마저 17세의 나이로 환관에게 살해당하니 당나라는 완전히 환관의 손에 넘어가 버려습니다.

그후 즉위한 문종은 국가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환관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기 위한 친위쿠데타인 감로의 변이라는 사건을 일으켜 권력을 되찾아오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4년후 죽을때까지 환관에게 잘못을 추궁당하며 굴욕적인 삶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문종 역시 환관에게 독살당했다는 것이 정설이며 그 다음으로 황제자리를 이은 무종은 큰 세력을 가진 환관을 제거하며 개혁의 의지를 보였지만 약을 잘못먹고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득세하게 된 환관들은 멍청하기로 이름난 헌종의 아들이었던 선종을 황제로 추대했지만, 선종은 나름 능력있는 사람으로 생존을 위해 멍청해보이는 연기를 한 것이었습니다. 

당나라가 망하기 전 마지막 중흥군주로 평가받는 선종은 여러 개혁조치로 당나라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했지만 끝내 환관세력을 완전히 축출하지 못했고, 결국 선종 역시 약을 잘못먹고 죽게되자 환관세력이 또다시 개입하여 당나라 최고의 암군으로 평가받는 의종이 즉위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당나라는 놀고 먹는데 정신이 팔려 정치를 돌보지 않은 의종의 손에 의해 완전히 파멸하게 되며, 그렇게 국가를 좀먹고 혼란하게 만든 환관세력은 당나라를 접수한 주온의 손에 의해 전부 살해당하며 제거되고 말았으니 환관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는 당나라로 꼽아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후 등장한 명나라 역시 환관들이 득세하면서 국가가 흔들렸지만, 황제를 독살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황제를 골라 세운 당나라 시기의 환관들과 비교해보면 약과일 정도이니 당나라의 환관들은 정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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