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1. 12:16ㆍ역사
<임진왜란 만화> 고려천자 만력제편 확장팩!
지인분 장례식과 기타 여러 사정상 이번주는 저번 만력제편에서 시간없어 다루지못한 일화를 짧게 DLC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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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4년, 이자성이 이끈 농민반란군은 북경 근처에 집결합니다.
북경 주변에는 수도 방어를 위한 최정예 군단들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전처럼 빠르게 진격하지 못하고 지체되었으며, 대주에서는 총병 주우길의 수비를 간신히 뚫어내고 방어선을 돌파하게 됩니다. 이후에는 각지의 명나라군이 이자성에 투항하는 가운데 결국 수도 북경이 함락되고 황제인 숭정제는 환관 하나만을 데리고 자금성의 뒷산에서 목을 매어 자결합니다.
그렇게 명나라가 멸망했고, 이후 청나라가 북경을 접수하면서 남쪽으로 도망간 명의 잔존세력들을 때려잡고 다시한번 중국을 지배합니다. 완전히 명나라가 멸망한 이후 생겨난 수많은 유민들과 명의 유신들이 조선으로 많이 건너왔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중국쪽 성씨는 이때 건너온 사람들의 후손이라고 전해집니다.
명나라는 그런 허망한 최후를 맞았지만, 조선에서는 임진란 당시에 군대를 파병하고 도와준 만력제와 명나라를 기리며 만동묘라는 사당까지 지어 만력제와 숭정제를 위한 제사를 지냅니다. 특히 병자년에 청과의 전쟁에서 패하며 수많은 포로와 재산을 빼앗기며 청태종에 머리를 조아린 인조로서는 더욱 이런 행사에 힘을 기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당시 청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계속해서 이런 명나라를 기리는 행위를 중지하라고 했지만 이 제사는 조선이 망할때까지 이어지며 명맥을 유지합니다.
임진년 당시에 조선을 도와준 명나라의 신종 만력제는 상당히 신기한 인물입니다.
명나라를 망친 명 후기 4대 암군으로 꼽히는 만력제는 아버지였던 목종 융경제가 이전의 가정제 시기의 위기를 나름 극복하면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는 정치를 했지만, 뒤늦게 주색잡기에 몰두하며 일찍 죽어버린 관계로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됩니다.
이런 어린 황제를 대신해 재상인 장거정이 상당부분 정치에 관여하였고, 장거정의 개혁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혁신으로 명나라의 국고가 충실해지며 만력제가 조선에 쏟아부은 예산의 대부분을 이 당시에 마련하게 됩니다.
하지만 10여년간의 집정기간동안 국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산도 많이 채워놓은 장거정은 이런 사실로 인해 탄핵을 받게 되고, 그렇게 믿어왔던 자신의 사부가 그렇게 부정축재를 많이 했다는 사실에 실망한 만력제는 친정을 시작한 이후 정치를 거부하면서 30여년간 태업을 하게 됩니다.
당시 중요한 북방과 후방에서 반란이 일어났지만 이전에 쌓아놓은 국고와 나름 실력있는 인사들이 잘 막아내었고, 그러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대신들을 만나지 않으며 놀고 먹기만을 거듭한 우둔한 군주였습니다.
하지만 1592년 임진년에 일본이 조선을 침공하며 전쟁이 터지자, 급해진 조선조정은 명에 사신을 보내 참전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며 놀고먹던 만력제는 거듭된 조선의 파병요청에 결국 명군을 보낼 것을 수락합니다.
당시 조선의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보급이 여의치 않자, 만력제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 명군에 식량을 보내고 조선에도 은과 식량을 보내 격려합니다. 그렇게 정치에 태만하던 그답지 않게 만력제는 조선을 구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고, 이후 정유년에 일본의 재침략이 있자 명군의 숫자를 20만까지 늘리며 명장 척계광이 양성한 정예부대 절강군까지 파병하며 적극적으로 조선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정유년에 전라도까지 완전히 털려 폐허가 되자, 산동과 하남지역에서 식량을 공출하여 조선에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명나라 백성들이 자신들은 굶고있는데 조선에 막대한 식량을 보낸다면서 고려천자라는 비아냥까지 듣게 되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조선을 돕는데 열심이었습니다.
이후 조선과 명이 왜군을 무찌르고 조선땅에서 몰아내는데 집중하여 여진족을 견제하지 못해 강성해지자 만력제는 웅정필을 기용하여 당시 와해된 요동의 방어선을 재건하고 민심을 잡는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결국 조선과 함께 여진을 토벌하려다가 사르후 전투에서 참패하며 결국 청나라에게 북경을 내주게 되니 임진왜란에 너무 많은 전비를 소모하여 이후 여진토벌에는 그만큼의 예산을 투입하지 못한것이 결국 명의 멸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야사에는 만력제의 꿈에 자신이 전생에 유비였고, 조선의 선조는 장비였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그렇게 조선에 무리하면서 돈과 병력을 쏟아부었다는 일화가 전해질만큼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긴 합니다.
원래 만력제는 자신의 내탕금을 채우는데 혈안이 되었던 사람이라 전국의 금광과 은광을 찾으면 전부 자신의 소유로 편입하고, 어떻게든 국고에 지원하는 일을 좀처럼 하지 않았는데 유독 이렇게 조선에 모든것을 쏟아부을만큼 집중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후 명이 멸망한 후에도 조선의 유학자들은 끝까지 명을 추종했으며, 청은 오랑캐라면서 배척하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이런 사실은 그냥 완고한 인간들의 아집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왜란 당시 자신의 내탕금을 전부 사용해가며 맹목적으로 조선을 도와준 만력제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조선을 도와주는 대신, 요동의 수비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왜군의 북상을 막을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나라가 피폐해지는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조선에 대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만력제는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한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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