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반복되어 온 정보의 보급과 파괴

2022. 4. 15. 15:58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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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보다 훨씬 깁니다.

특히 세계 최초의 문자는 어떤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동양과 서양을 각각 대표하는 알파벳과 한자는 각각의 문명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들입니다.

 

오리엔트 지방에서 생겨나 유럽지역을 전파된 알파벳은 정말 국가와 민족별로 다양하게 사용되었지만 로마제국 시기에 이르러 라틴문자를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되다가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에는 좀더 폭넓고 다양하게 이용되었습니다.

한자는 은나라에서 처음 사용한 갑골문자가 기원이 되었다고 하지만, 과연 고대의 은나라가 중국의 화하족인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편이며 아직까지 기원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을 정도로 기원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서양의 알파벳과 동양의 한자로 대표되는 문자들이 쓰이면서 역사와 정보에 대한 기록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오리엔트 지방에서 문명을 일으켰다고 추측되는 수메르인들은 도시국가를 만들고 정치체제를 정비했으며, 그들만의 문자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 발굴된 것들을 보면 점토판이나 석판에 그들의 문자로 이런저런 내용을 기록했으며 그 중에서도 청년들의 타락과 나약함을 꼬집는 내용이나 납품받은 구리의 품질이 좋지 않다는 항의성 기록들을 보면 사람은 고대나 현대나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집트에 알렉산드리아에 대도서관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가 대정복을 통해 여러 신도시를 건설할때 건설된 알렉산드리아는 진귀한 물건들이 오가는 무역항이었고, 당시 부유했던 이집트의 수도였기 때문에 더욱 이런 대도서관이 만들어질수 있었습니다.

그 규모가 엄청났기 때문에 당시 만들어질 당시에도 원본장서 20만권이 소장되어 있는 대규모 도서관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집트 정부에서 장서 수집에 열을 올렸고, 당시 헬레니즘 문화권의 중심으로 인정받는 알렉산드리아였기 때문에 점점 소장하는 책이 늘어나 로마에 합병되기 직전의 클레오파트라 때에는 70만권의 도서를 가진 최대규모의 도서관이 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멸망하고 기독교가 로마제국에 의해 공인받으면서 점점 이곳의 도서관은 위협을 받게 됩니다. 여호와만을 유일신으로 인정하는 기독교에서는 이교도들이 많이 모이고 드나드는 도서관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고 하며, 호시탐탐 책을 파괴하는데 열중했다고 합니다.

이 도서관의 최후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로마시대부터 꾸준히 파괴되고 장서가 불타는 핍박을 겪어오다가 기독교인들의 습격으로 완전히 타버리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류의 정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장서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리스 철학자들과 자연과학에 관한 내용의 책들이 전부 타버린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지금 단편적으로 남아있는 당시 기록을 봐도 이 시기의 정보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수도 있는데 기독교의 입장에서 이교도의 유산이라며 전부 파괴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점입니다.

 

그리고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아바스제국이 한창 전성기를 맞았을때 수도였던 바그다드는 엄청난 사람들이 모이는 대도시였습니다.

또한 동로마제국과 페르시아를 비롯한 각지에서 많은 학자들이 그리스의 지식을 가지고 이곳으로 넘어와 많은 업적을 남기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알코올을 비롯한 많은 용어들과 사상이 확립된 시기도 바로 이 때입니다. 특히 지혜의 집이라는 연구소를 통해 고대의 지식을 아랍어로 번역하고 새로운 연구를 하여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동방에서 한창 살육과 파괴를 일삼고 있던 몽골족이 등장하여 바그다드를 치열한 싸움끝에 함락시켰고, 바그다드는 콘스탄티노폴리스와 장안에 버금가는 규모가 상당히 컸던 대도시였지만 몽골군의 파괴와 약탈에 완전히 황폐화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살해당해 바그다드 시내에 피가 발목까지 차올랐다고 하니 이 과정에서 바그다드에 모였던 학자들과 기록들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이 사건은 로마제국 시기에 일어났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화재사건과 비슷한 정도의 파괴행위였다고 봅니다.

그나마 대도서관 파괴이후 많은 책들과 기록을 모아 이전의 피해를 복구해나가고 있었는데 다시한번 이런 대규모 파괴행위 덕분에 그런 노력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모든 지식들이 파괴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학자들과 기록들이 없어졌는지 가늠도 안될 정도였다고 하니 인류에게 있어서 정말 큰 손실이었다고 봅니다.

 

이런 기록에 대한 파괴행위는 동양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중국역사에서 가장 활발한 사상적 교류가 이루어졌던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의 시황제는 사상을 통일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책들을 불사르고 학자를 산채로 묻어버리는 분서갱유를 단행하게 됩니다.

그렇게 강제적으로 파괴한 결과 중국역사에서는 더이상 자유로운 사상은 나오지 않게되며 유교 중심의 사상적 발전만을 시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한창 남과 북으로 갈라져 싸우던 시기에 중국 남조의 양나라에서 큰 난리가 일어납니다.

북방에서 항복해온 후경이라는 장수가 일으킨 반란을 막지 못하고 수도인 건강이 함락되며 수많은 백성들이 죽어나갔고, 남방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건강이 폐허로 변하자 황제가 된 소역이 수도를 자신의 근거지인 강릉으로 옮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강릉성을 건강과 비슷하게 재건하여 양나라의 수도로 삼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학문을 좋아하고 강연하기를 즐겼다는 소역의 취향에 따라 많은 장서를 모았는데 이 소문을 들은 주변국가에서도 책을 선물로 많이 보냈다고 하니, 엄청난 규모의 책이 이곳으로 모였음을 알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조인 북주의 침입을 받게 되고 양나라군은 강릉성 밖에서 참패함에 따라 성안에서 농성하던 와중 힘이 부족하고 각지의 양나라 근왕병은 도착하지 않아 결국 항복하게 됩니다. 그러는 가운데 항복하기 직전 책을 많이 읽어도 이런 상황을 벗어날수 없으니 필요없다면서 책을 불태우게 되는데, 그 숫자가 14만권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급한 와중에 불태운 책만 이정도라고 하니 아마 소역이 소장하고 있던 책의 숫자는 훨씬 많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죽게된것은 이 책들의 탓은 아닐텐데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책을 태워버렸으니 더욱 이 책들이 아까울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사례는 우리 역사에서도 찾아볼수 있습니다.

고구려와 백제는 각기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겼지만 전부 사비성과 평양성이 함락되는 과정에서 사라졌습니다.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군이 빼앗아갔는지 아니면 불타버렸는지 모르지만, 직접 기록한 책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아쉬움을 남깁니다.

고대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정도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런 주체적인 역사서의 부재가 상당히 큰 한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조선의 세조때에는 민간에 우리 고대사를 기록한 역사서를 보관하는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모두 한양으로 모아들였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이후의 성종때에도 같은 내용의 명령을 통해 역사서를 거두어들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역사서들이 한곳에 모여있던 덕분에 당시 관료로 근무하던 이맥이라는 분이 이런 기록을 모아 '태백일사' 라는 우리 고대역사에 관한 책을 남길수 있었습니다. 

왜 민간에 우리 고대역사를 담은 책을 두면 안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모아놓은 기록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나중에 이것들은 전부 불타 없어지게 됩니다.

1592년 침입한 왜군을 피해 북쪽으로 도망가버린 왕에게 분노한 백성들이 궁궐에 불을 지른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역사를 기록한 책들은 어이없게도 백성들의 손에 붙타 없어졌습니다.

 

분명 문명이 발전하면서 기록 또한 발달하는게 수순입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기록을 통해 당시 상황을 후세에 전하려는 노력이 있었는가 하면, 이런 기록들을 없애버림으로써 그런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위 또한 동반되어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지만, 당장 백년 후에 어떤 상황이 될지 장담할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록에 대한 파괴행위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동안 우리가 전승받지 못하고 잃어버린 내용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그런 행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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