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3. 11:38ㆍ역사
서기 907년, 3백여년을 이어오던 당나라는 주온의 손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이전 왕조들에서 자행되던 전형적인 선양의식은 무식하고 포악한 주온에게는 전혀 의미없는 것이었고, 당나라의 마지막 군주 애제는 찬탈당한 후 살해되고 당의 황족들은 거의 몰살당하는 결과를 맞았습니다.
그렇게 당나라를 멸망시키고 양나라를 건국한 주온은 5대 10국의 혼란기를 열었는데, 그가 건국한 양나라는 당나라의 절반가량을 지배했을뿐 가장 풍요로운 강남일대를 잃어버리고 모든면에서 당나라보다 후퇴한 왕조가 되었습니다.
이 양나라를 편의상 후량이라고 부르지만, 겨우 16년 남짓 이어진 양나라의 역사는 정말 막장 그 자체가 아닐수 없습니다.

군주의 자리에 오른 주온은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이극용을 북방으로 몰아냈지만 그를 두려워하여 그의 아들이었던 이존욱을 대대적으로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극용의 사타족은 강력한 기병을 바탕으로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미 위축된 상태였는데, 이존욱이 직접 출병해 매섭게 공격하자 양나라의 대군은 겁을 먹고 도망치는 추태를 보인 끝에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주온은 이 전투 결과에 실망해 자리에 누웠는데, 그의 건강이 좋지 않아 후계자를 선정하는 일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그는 친아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양아들을 받아들여 자신의 친위세력으로 삼았는데, 그중에서도 주우문의 능력을 높이 사 그를 후계자로 지명하려 했다고 합니다. 물론 주우문의 처 왕씨와 잘못된 관계를 맺었다는 기록도 있기는 하지만 워낙 주온의 친아들 중에서는 능력있는 자들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수 없던 셋째아들 주우규는 분노하며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가 주온을 죽이게 됩니다. 분노한 주온이 아들을 꾸짖었지만 그의 부하의 칼은 주온의 몸을 관통했고, 왕조의 창업자였던 그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한때 후계자로 지목되던 주우문은 아내인 왕씨와 함께 제거되었고, 양나라는 패륜아 주우규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우규는 아버지를 죽이고 군주의 자리에 올랐는데, 워낙 무능하고 방탕했던 그는 아버지보다 더욱 사치와 향락에 빠져들었으며 결국 즉위한지 1년 남짓한 시간만에 넷째인 주우정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주우정은 사치하지 않고 공손하고 진중하다는 평가가 있긴 했지만 군주가 된 후에 사람이 변하게 됩니다. 형을 죽이고 국가를 찬탈한 주우정을 보고 그의 동생들도 잇따라 반란을 일으켰는데, 특히 동생의 칼에 맞을뻔한 일을 계기로 모든 황족들을 가두고 죽이며 잔인한 성격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렇게 양나라의 왕실이 분열되어 자기들끼리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벌이고 있을무렵, 북쪽 사타족의 수장 이존욱은 천천히 양나라를 잠식해들어왔습니다. 사타족의 기병은 곳곳에서 양나라군을 격파했고 그렇게 황하 이북의 거의 모든땅은 이존욱의 손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불리한 상황인데도 주우정은 끝까지 동생들과 사촌들을 죽이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이런 틈을 타 사촌동생인 주우능이 반란을 일으켰지만 잔인하게 진압했고, 극도로 예민해진 나머지 형과 동생들을 잡아 가두고 이복동생들을 전부 죽이게 됩니다.
이미 이존욱이 이끄는 군대는 양나라군의 주력을 격파하고 도읍인 변량을 포위한 상황에서도 싸워 이길생각은 커녕 동생들이 사면될 것을 염려해 모두 죽였으니 싸움에서 이길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923년 변량이 이존욱의 군대에 함락되고 주우정은 부하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니, 주온이 평생을 싸워 세웠던 양나라는 그렇게 허망한 멸망을 맞고 말았습니다.
특히 자신들끼리 뭉쳐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는커녕 서로 불신하며 죽이고 다투는것을 멈추지 않았으니, 양나라의 짧은 역사는 아직도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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