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배신의 역사, 라틴제국

hasutalchul 2024. 12. 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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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년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십자군을 자처하는 무뢰배들에게 함락당했습니다.

원래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콘스탄티노폴리스였지만 제해권을 빼앗기고 육지와 바다를 동시에 공략한 십자군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역사상 처음으로 수도가 함락된 것입니다.

그로인해 십자군에 참여했던 베네치아인들은 이 유서깊은 도시를 철저히 약탈하고 파괴했으며, 동로마의 명군들이 세운 건물을 죄다 허물고 시민들을 노예로 팔아넘기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플랑드르 백작인 보두앵을 황제로 옹립해 라틴제국을 세워 동로마제국을 철저히 분할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동로마제국을 8분할해 라틴제국이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와 그 일대를 지배하고, 가장 큰 전공을 세운 베네치아가 에게해 일대와 지중해로 나가는 섬들을 지배하며 가장 큰 지분을 가져갔습니다.

그 외에는 그리스 일대의 소국들이 나머지 영토를 분배하며 마무리되었지만, 문제는 수도 일대를 제외한 곳에서 동로마의 잔존세력들이 일어나 그들의 지배를 용인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라틴제국의 보두앵 1세는 옛 동로마의 판도를 되찾겠다며 그리스 일대에 원정군을 보내 영토를 빼앗게 했는데, 십자군이 철수한후 공백상태의 그리스 일대는 우선 라틴제국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가톨릭으로의 개종을 요구하며 기존 동로마의 귀족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지에서 라틴제국의 반발이 심해졌으며, 동로마의 지배하에 있다가 독립한 불가리아 제국의 공격을 받아 보두앵 1세가 불가리아군에 사로잡히며 라틴제국은 성립 1년여만에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동생인 앙리가 즉위해 이런 위기를 타개해 나갑니다.

우선 불가리아군을 격퇴해 한숨돌린 상황에서, 라틴제국의 가장 큰 적이었던 동로마의 적통인 니케아 제국을 압박하며 군사적으로도 니케아를 격파하며 짧은 라틴제국의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그렇지만 너무 빨리 죽어버린 앙리는 후사를 남기지 못했고, 매형인 피에르가 라틴제국의 황제가 되었지만 바로 사망하고 그의 아들인 로베르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니케아제국에 분열이 일어나 내전이 일어났는데, 이것을 좋은 기회로 여긴 라틴제국이 여기에 개입해 니케아제국과 전쟁을 벌였지만 요안니스 3세가 이끄는 니케아군에 패배하며 라틴제국은 다시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의욕을 잃은 로베르는 귀족들에 의해 쫓겨났고, 그의 동생인 보두앵이 즉위했지만 이번에는 몽골의 침략이 시작되었습니다. 불가리아를 철저히 짓밟은 몽골군은 보두앵의 군대를 전멸시켰으며, 사로잡힌 보두앵은 간신히 풀려나긴 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니케아제국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니케아의 경쟁국이었던 룸 술탄국 역시 몽골의 침입으로 초토화되고, 모두가 약해진 상황에서 니케아의 군대는 라틴제국이 영혼까지 끌어모은 군대를 격파하며 수도까지 공격받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여전히 난공불락의 요새였고, 그렇게 수도를 되찾으려는 로마인들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지만 이미 라틴제국의 쇠퇴는 막을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 이듬해인 1261년 니케아의 소수군대는 보두앵이 안심한 틈을 타 도시를 다시 공격했습니다.

그러다가 수비군이 열어둔 문을 발견해 운좋게 성벽 안으로 들어갈수 있었으며, 이미 니케아의 주력군이 성 안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지며 라틴제국의 군대는 모두 흩어지고 보두앵 역시 모든것을 버리고 간신히 목숨만 건져 이탈리아로 도망칠수 있었습니다.

 

라틴제국은 생겨날 무렵부터 무능한 군주들이 집권했으며, 앙리와 다른 섭정들이 아니었으면 진작 멸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국가였습니다. 특히 앙리가 죽은 이후에는 좋은 기회를 모두 놓치고 영토마저 전부 잃었으며, 로마인들에게 가톨릭을 강요하고 소피아 대성당을 가톨릭의 입맛에 맞춰 개조하는등 동로마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로마인들의 지지도 받지 못한 한심한 정권이었습니다.

 

성립 이후부터 주변 이민족들과 아랍인들에 맞서 국가를 지켜온 동로마제국이었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치명타를 입힌건 역설적이게도 이교도들이 아닌 같은 기독교를 믿는 십자군이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동로마제국이 십자군에 의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면 오히려 몽골이 모든 라이벌들을 쓸어준 후에 다시한번 전성기를 맞아 이후에 오스만제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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