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족을 넘어 십족을 죽인 명나라 영락제의 잔학성

2022. 5. 17. 13:38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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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동아시아의 영원한 패자로 군림할것 같았던 몽골족이 내부 권력투쟁과 잦은 원정으로 쇠퇴하고 있을무렵, 장강 이남 강남지방에서 일어난 주원장은 몽골과 싸우기보다는 내부투쟁을 계속하여 방국진이나 장사성 같은 지방의 할거세력을 먼저 멸망시켰고, 이후 진우량과의 큰 전쟁을 통해 결국 강남지방을 전부 장악하게 됩니다.

 

이미 수나라 시대부터 천하의 조세중 7할을 담당했던 강남지방의 경제력을 전부 장악한 명나라는 북벌을 시도해 원나라의 수도 대도를 함락시켰고, 원나라 순제는 북쪽의 응창부로 달아났다가 급사하고 태자만 살아 북원을 세워 목숨만 이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명나라는 몽골의 숨통을 끊기위해 명나라가 자랑하는 명장 서달이 이끄는 북벌군을 보내지만 북원의 코케 티무르에게 크게 패하면서 대치상황만 만들었을뿐, 더 이북으로 밀어내는데는 실패했습니다.

그 후에 몽골을 견제하기 위해 주원장의 넷째아들 주체를 연왕으로 삼아 주둔시켰고, 한동안 명나라의 치세가 이어지며 몽골과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원장의 큰아들이 급사하고, 상대적으로 어린 황태손이 주원장의 뒤를 이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새로 등극한 건문제는 예전 한나라의 경우를 본받아 각지에 주둔중인 번왕들을 견제하고 영지를 삭감하는 정책을 펴게 되는데, 이것을 가장 크게 받아들인건 연왕 주체였습니다.

결국 연왕 주체가 훗날 정난의 변이라고 불리는 반란을 일으켰고 이 반란군이 남하하여 남경을 함락함으로써 건문제의 짧은 통치기간은 막을 내립니다. 남경에 들어온 반란군이 황제를 찾았지만 이미 흔적도 없었고, 이 끝까지 찾지못한 건문제의 존재는 계속해서 연왕 주체를 괴롭히는 요소가 됩니다.

 

그렇게 찬탈에 성공한 주체는 명나라의 3대 황제 영락제로 즉위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집권한 영락제를 대다수의 사대부들이 반기지 않았고, 특히 방효유는 정난의 변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맞섰습니다. 영락제 앞에 불려온 방효유는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으며 자신을 찬미하는 글을 쓰라는 명령을 받지만 연나라 도적이 찬탈했다는 내용의 글을 쓰며 도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에 화가 난 영락제는 방효유의 구족을 전부 죽이는데, 여기에 친구들과 제자들까지 합쳐 십족까지 죽이게 됩니다.

예전 잔인하기로 이름난 폭군들도 구족을 멸하는데 그쳤지만 여기에 방효유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까지 전부 죽였으니 잔인함 만큼은 영락제가 가장 앞선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특히 사람을 죽이기 전 방효유 앞에 끌고와 울부짖는 모습을 보게 했는데, 자신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의지를 보여준 사람이었습니다.

마지막 자신이 처형당할때까지 태도에 변화가 없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이렇게 굴복하지 않은 사람이나, 거기에 맞서 십족을 전부 죽인 영락제나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봐야할듯 합니다.

 

그렇게 정난의 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영락제가 황제가 되었지만 탈출한 건문제는 항상 골치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영락대전이라는 백과사전을 출판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글들을 모아 불질러버렸고, 정화라는 환관에게 대규모 선단을 맡겨 해외원정까지 보내게 됩니다. 말로는 명나라의 국력을 과시하는 것이었지만 실제속셈은 탈출한 건문제를 잡아 죽이는 것이 목표였던 원정군이었습니다.

 

이 영락제가 일으킨 정난의 변은 여러모로 이후 조선에서 벌어지는 수양대군의 계유정난과 비슷해 보입니다.

숙부가 조카의 자리를 가로채게 되는 점과 결국 반란에 성공한후에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것, 그리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전부 없애버리는 것 등 너무나도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군주의 자리에 오른 영락제와 세조는 나름 괜찮은 정치를 하긴 하지만, 이후 후손들이 변변치 않아 명과 조선은 동시에 쇠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영락제가 죽은후 명나라는 황제가 북방 친정에 나섰다가 사로잡히는 초유의 사건인 토목의 변이 일어나게 되고, 조선은 얼마 되지도 않는 왜구의 침입을 받아 전라도 남부가 초토화되는 을묘왜변과 삼포왜란을 겪지만 제대로 대체하지 못했으며 결국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망하기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이런 결과는 정통성 없는 주체와 수양대군이 반대자들을 죽이고 억지로 군주가 되면서 시작된 씨앗이라고 봅니다.

이후 명나라는 홍치제 하나만 제외하고 평범하거나 능력없는 인간들이 황제가 되었고, 조선은 이후 정조가 등극할때까지 고만고만한 무능한 인간들이 왕위를 이어나갔으니 그때 쌓은 악행을 고스란히 돌려받은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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